기울어져 버린 신발장. 언제라도 와지끈 소리를 내며 부서져 버리고도 남을 운명이었다. 신발장 대신 선반을 설치해 볼까하는 궁리를 하며 쿠팡 사이트를 뒤졌다. 4단 선반은 10만원 내외였다. 굳이 10만원까지 들여 공간 정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오다가다 누가 내다 버린 생활 가구가 있을 수 있으니 주변을 살피며 다니기로 했다. 고물상에 재활용품을 처리하고 돌아오다가 침대, 책장, 협탁, 렌지대 등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1단 책장은 바로 들고 왔고 다른 용품은 좀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돌아와 저녁 내내 계획을 짰다. 폭이 넓어 중간에 칸막이가 설치된 3단 책장을 갖고 와 신발장이 놓였던 자리에 비치하면 어떨까? 지저분하지만 물티슈로 깔끔하게 닦으면 되겠지. 혹시 귀신이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던데 어쩌지? 광명진언을 외우면 되겠지. 옴아모카바이로차나 마하 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인적이 뜸한 심야에 움직였다. 책장을 가져왔고, 책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렌지대가 필요해 렌지대까지 가져왔다. 급기야 협탁까지 갖고 와 지하실 한쪽 벽면을 재구성했다. 렌지대, 책장, 협탁을 처리한 사람은 스티커 비용으로 5천원을 썼지만 스티커를 하루만 늦게 사서 붙였다면 그 돈은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었다.
신발장을 치우면서 땅콩 껍질이 수두룩하게 발견되었는데 신발장 아래에서 쥐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렌지대나 책장은 바로 바닥에 붙기 때문에 쥐가 들어갈 공간은 이제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