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물고기는 그렇게 죽는다(2021/08/22)

HoonzK 2021. 9. 9. 17:03

비가 많이 내려 우이천 산책로가 물에 잠긴다. 

물고기들은 산책로 위를 헤엄치는 기회를 얻는다. 

물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할 때 원래 물이 흐르던 우이천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이천 쪽이 아닌 벽쪽으로 간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잠시 동안 벽쪽의 도랑에 물이 있어 버틸 수 있겠지만 그 물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물이 빠진 진흙밭에 몸을 튀어 올리며 버티다 물기가 거의 사라진 흙바닥에 몸을 누이고 서서히 죽어간다. 숨이 붙어 있다면 우이천변을 달리던 달림이가 들어올려 물이 있는 곳으로 옮겨주겠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다면...... 물고기는 그렇게 죽는다. 

 

물이 흐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방벽의 도랑이다.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복개구조물 근처이다.

 

도랑에 생명체가 있었다. 

 

작은 물고기들이 죽어 있었다. 물이 찰랑찰랑 차 있을 때는 이곳에서 죽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살아 있으면 물에 넣어주기 위하여 건드려 보았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내가 오후가 아닌 오전에 달리러 나왔다면 이 물고기들은 좀더 살게 되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