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금요일밤의 캔줍러(2021/07/23~)

HoonzK 2021. 8. 19. 12:52

금요일밤마다 캔을 줍고 있다.

금요일 밤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캔을 줍곤 했는데 루틴이 되고 있다.

 

2021/07/23

2021/07/30

2021/08/06

2021/08/13

 

4주 연속 캔을 모으고 있다.

다른 요일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캔을 금요일 밤이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도로변을 살피며 캔을 찾아내어 미리 준비해 간 비닐봉투에 담아온다. 발로 밟아 납작하게 만들어 담으면 훨씬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는데 시간이 지연되니 좀 큰 봉투에 사정없이 담는 게 낫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각이지만 나처럼 캔을 줍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면 뻘쭘해진다. 그 사람이 선점하고 있는 자리는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그게 지켜야 할 예의인 듯.

 

재활용품이 담긴 비닐봉투를 살피다 보면 군데군데 뜯어진 부분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캔을 찾아낸 흔적이다. 봉투 입구를 일일이 열기 힘드니 캔이 보이는 자리를 살짝 뜯은 뒤 캔을 꺼내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캔을 찾다 보면 알루미늄 성분이 아닌 캔도 딸려온다. 고철 성분의 캔, 즉 자석에 붙는 캔은 고물상에서 받지 않으니 피해야 한다. (고철로 처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해 본 적은 없다.)

 

 캔을 많이 모으느냐 적게 모으느냐는 복불복인데 4주 동안 수거한 양을 비교해 보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모은 양이 적으면 아무래도 동선을 더 길게, 시간을 더 오래 쓰게 되니까. 캔을 모으다 소주 공병을 심심치 않게 얻게 된다. 어떤 때는 두 세 병, 많을 때는 너댓병 수준이다.

 

첫 세 번의 금요일에는 늦은 밤에도 땀을 비오듯이 흘렸는데 8월 13일에는 거의 땀이 나지 않았다. 열대야가 사라진 덕분인데 그 만큼 캔 수거는 어려워지고 있었다. 더워서 활동을 줄였던 심야의 캔줍러들이 활동을 부지런하게 하면서 내가 얻을 양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 일을 오래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가을 겨울이 오면 노천에서 캔을 얻을 일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그냥 운동삼아 한철의 이벤트로 삼고자 한다.

이 글을 올리는 시점은 목요일, 내일 밤에도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캔을 주워야겠다. 아직 여름은 가지 않았다.

 

캔을 모아서 돌아왔다. 오른쪽 봉투는 집근처에 있었는데 밖에서 정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아예 갖고 들어왔다.(2021/07/23)

 

소주병(개당 100원)도 줍고 맥주병(개당 130원)도 주웠으니 그런대로 수지맞는 활동이었다.

 

 

다음날 날이 밝은 후 캔을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었다.(2021/07/24)

 

 

검정 봉투와 파란색 봉투에 캔을 모아왔다.(2021/07/30)

 

열심히 모아왔다.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어 부피를 줄였다.(2021/07/31)

 

이 소주병 다섯 병 때문에 달리기 동선이 바뀌었다. 1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소주 공병을 보았는데 다섯 병이나 들고 달릴 수는 없어 공병을 들고 집으로 되돌아온 뒤 다른 쪽으로 달렸다. (2021/08/06)

 

달리기 동선을 바꾼 상황에서 소주 네 병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냥 갖고 달렸다. 두 병은 배낭에 넣고 두 병은 비닐봉투에 담아 손에 들고.....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운 캔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었다. (2021/08/07)

 

 

달리지 않고 일단 롯데리아 번동 D/T점에 들러 한우불고기세트를 먹은 후 캔줍기 활동에 나섰다. (2021/08/13)

 

파지나 책은 줍지 않았다. 오로지 팔 힘으로만 들고 와야 하는 내가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봉투에 담긴 캔

 

이렇게 비닐봉투가 뚫려 있다면 누군가의 손이 들어가 캔을 찾아낸 것이다.

 

마당에 널린 캔, 밤 10시 23분경(2021/08/13)

 

소주 공병은 네 병 득템

 

캔의 바닥면이 불투명하다면 알루미늄 성분이 아니다. 어두울 때는 미처 몰랐다.(2021/08/14)

 

이런 제품은 알루미늄 캔 수거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같은 제품이라도 철제 성분이 있고, 알루미늄 성분이 있다는 것이다. 왼쪽은 알루미늄캔이지만 오른쪽은 아니다. 바닥에 얼굴이 비치면 알루미늄캔이다.

 

이렇게 자석에 붙는 것은 다 빼낸다. (2021/08/14)

 

 

캔을 줍다 보면 돈도 줍게 된다. 캔이 담긴 봉투 사이에서 천원짜리 지폐가 선명하게 보였다. 잘 씻어서 말렸다.

금요일이 아닌 토요일 오후에 우연히 발견했다. (2021/08/14)

 

생일날 주웠으니 어찌 보면 생일선물일 수도 있겠다.

 

잘 말리고 있다. 소주 공병 10개를 주운 것과 같은 것인데 소주 공병의 경우 들고 오고 들고 가고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바로 주운 현금과 등가로 비교될 수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