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마다 캔을 줍고 있다.
금요일 밤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캔을 줍곤 했는데 루틴이 되고 있다.
2021/07/23
2021/07/30
2021/08/06
2021/08/13
4주 연속 캔을 모으고 있다.
다른 요일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캔을 금요일 밤이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도로변을 살피며 캔을 찾아내어 미리 준비해 간 비닐봉투에 담아온다. 발로 밟아 납작하게 만들어 담으면 훨씬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는데 시간이 지연되니 좀 큰 봉투에 사정없이 담는 게 낫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각이지만 나처럼 캔을 줍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면 뻘쭘해진다. 그 사람이 선점하고 있는 자리는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그게 지켜야 할 예의인 듯.
재활용품이 담긴 비닐봉투를 살피다 보면 군데군데 뜯어진 부분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캔을 찾아낸 흔적이다. 봉투 입구를 일일이 열기 힘드니 캔이 보이는 자리를 살짝 뜯은 뒤 캔을 꺼내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캔을 찾다 보면 알루미늄 성분이 아닌 캔도 딸려온다. 고철 성분의 캔, 즉 자석에 붙는 캔은 고물상에서 받지 않으니 피해야 한다. (고철로 처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해 본 적은 없다.)
캔을 많이 모으느냐 적게 모으느냐는 복불복인데 4주 동안 수거한 양을 비교해 보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모은 양이 적으면 아무래도 동선을 더 길게, 시간을 더 오래 쓰게 되니까. 캔을 모으다 소주 공병을 심심치 않게 얻게 된다. 어떤 때는 두 세 병, 많을 때는 너댓병 수준이다.
첫 세 번의 금요일에는 늦은 밤에도 땀을 비오듯이 흘렸는데 8월 13일에는 거의 땀이 나지 않았다. 열대야가 사라진 덕분인데 그 만큼 캔 수거는 어려워지고 있었다. 더워서 활동을 줄였던 심야의 캔줍러들이 활동을 부지런하게 하면서 내가 얻을 양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 일을 오래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가을 겨울이 오면 노천에서 캔을 얻을 일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그냥 운동삼아 한철의 이벤트로 삼고자 한다.
이 글을 올리는 시점은 목요일, 내일 밤에도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캔을 주워야겠다. 아직 여름은 가지 않았다.
캔을 줍다 보면 돈도 줍게 된다. 캔이 담긴 봉투 사이에서 천원짜리 지폐가 선명하게 보였다. 잘 씻어서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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