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환경에 지배받으며 산다. 마라톤 대회가 거의 매주 열릴 때는 덩달아 마라톤 대회에 자주 참가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는 축구에 미쳐 사는 것과 같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마라톤 대회가 좀처럼 열리지 않게 되자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점점 줄어들면서 웬만하면 운동도 하지 않게 된다. 나름대로 이벤트를 만들어가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 뜸해지는 것이다. 코로나는 핑곗거리로 삼기 딱 좋다. 주변 환경이 코로나로 허덕이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2021년 4월 3일 열리기로 했던 대회가 우천 관계로 일주일 밀린다. 그 일주일 사이 코로나19 감염자의 증가로 대회 날짜가 다시 5월 1일로, 5월 1일은 또다시 5월 29일로 연기된다. 8시에서 9시 사이 소규모 단위 개별 출발은 7시부터 7시 30분 사이로 좀더 이르고 짧은 터울로 조정된다. 서둘러 행사를 진행하고 빨리 마무리짓는다고 할까. 전국마라톤협회는 미리 공지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출발시간이 조정된 점 많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우리 동네 살다 잠실로 이사 간 차니부(父)가 생애 첫 마라톤 대회 출전한다고 하니 도우미 역할을 하기로 했다. 오전 7시가 되기 전에 잠실종합운동장역에서 만났다. 배번을 받고 짐을 맡기는 등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 궁금하고 어려워 할 사항에 대하여 출발 전까지 안내를 맡았다. 이번엔 무료가 아닌 선택이라 참가비 1만원을 송금했었다. 기념품으로 양말을 받았고 완주 후 완주기록메달과 기록증을 받게 되어 있었다. 우리가 스트레칭을 하기도 전에 참가자들이 몇 명씩 모여 출발하고 있었다. 늑장을 부렸다가 차니부보다 몇 분 늦게 출발했다. 잠실대교 아래를 지나기 전에 차니부 앞으로 나아갔다. 땀은 쏟아지는데 몸이 가뿐해지는 순간은 한번도 오지 않았다. 그동안 불어난 체중 때문에 땅바닥으로 몸이 내려꽂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옆구리에 달린 살이 흔들린다는, 고약한 기분을 내내 떨칠 수 없다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다. 야외라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는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가끔 코와 입을 드러낸 마스크 불량 착용자를 마주쳤지만 멀찍이 떨어져 잘 피했다. 일주일 전 과도한 운동으로 생긴 햄스트링 통증은 테이핑과 속도 자제로 잘 다스렸다.
몇 번 대회가 밀린 탓일까? 아무래도 지난 3월 보다 참가 인원이 준 것 같았다. 대회 입상을 도맡아 하는 고수들이 눈에 띄기는 했다. 출전한다고 했던 우리동네 버스기사님은 보이지 않았다. 인천고 춘효형님을 보긴 했지만 너무 늦게 알아채어 인사를 나누진 못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주로에서 갑자기, 정말 갑자기 아세탈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열망했다. 1년 6개월간 직접 보지 못해서 정작 만났을 때는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억측까지 했는데 끝내 볼 수 없었다. 참가 신청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일 때문에 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도대체 풀코스를 어떻게 달렸던 것일까? 10킬로미터 달리는 데도 이 지경으로 힘든데 그 네 배가 넘는 거리를 어찌 감당했단 말인가? 어쨌든 억지로 이벤트에 참가해 보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몸을 내팽개치고 살았는가 절감했다. 힘들어서, 뛰지 않는 게 편하니까 달리는 일을 뒤로 미루고, 달리는 양을 줄이기를 거듭하고 있었던 나 자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결코 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꾸 잊고 있었다. 나중에 갑절로 힘들어지기 마련인데...... 대회 날짜가 4월 3일에서 4월 10일로 밀렸을 때는 아쉬웠지만, 5월 1일, 또 5월 29일로 밀렸을 때는 다행이다 싶었다. 운동을 제대로 할 시간을 얻는구나, 하며 안도했다. 솔직히 5월 29일 날짜도 뒤로 밀릴 줄 알았다. 그러기를 바라기도 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으니 당연히 6월로 연기될 줄 알았다. 대회 날짜에 상관없이 운동은 제대로 하고 있어야 했다. 십수년을 달린 경험으로 평소에 운동이 부족하면 대회에 나와 어찌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비단 대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생활이 어렵고 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제대로 알았다면 운동을 얼렁뚱땅하지 않았을 것이고,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부랴부랴 장거리를 뛰다가 햄스트링 통증을 다시 끌어오는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리면서 반성했다. 이러지 말아야지. 힘들더라도 열심히 운동해야지. 마라톤에서 요행같은 것은 전혀 없으니까. 그냥 달리지 말고 계획을 짜서 정성을 다해 달려야지. 꾸준히 달려서 살도 빼야지.
별도의 거리표지판이 없기 때문에 0.5킬로미터마다 설치된 한강시민공원 거리 표지석을 찾아 페이스를 확인해 보았다. 2킬로미터를 10분 15초에 달리고 있었다. 두 달 반만에 나온 대회이고, 운동량이 적어 살도 꽤 쪘는데 킬로미터당 5분 7초 정도에 달리고 있다면 선방하고 있었다. 천호대교 교각 반환점을 25분 30초에 돌았다. 지난 3월 14일보다 빨라진 이유가 뭘까? KF94 마스크가 아닌 덴탈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속도 올리기에 수월한 아식스 젤 인피니 마라톤화를 신고 있어서? 7시 30분 전후의 이른 시각이라 선선한 날씨의 도움을 받아서? 왼쪽 장딴지에 붙인 근육테이프가 떨어져 나갈 정도면 다리를 무척 부지런히 놀렸다는 것인데...... 지난 3월보다 페이스가 좋아졌으니 49분 59초 보다는 빨리 달려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목표 때문에 강박관념이 생겼다. 어떻게든 속도를 올려야 했다. 내내 마스크를 벗지 못했던 3월과는 달리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면 마스크를 내렸다.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운동을 적게 하고 살이 찌고도 지난번보다는 빨라졌다. 단 1초지만....
49:58
안녕하십니까?
2021 전마협 잠실 마이런 훈련 마라톤의 많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출발시간 변경 안내 : 5월 29일(토) 오전 7시~7시 30분
코로나 여파로 출발시간을 조정하오니 참가자 여러분들의 많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분들이 모여서 달릴 수 없으므로 시간차를 두고 오시는대로
(출발시간:7시~7시 30분) 개인별 또는 소규모(3~4명씩)로 출발하는 훈련 마라톤입니다.
레이스 도중에도 마스크는 꼭 착용하시고 기록경기가 아니므로 천천히 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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