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생활이다

야간 오르막 달리기 훈련(2021/04/23)

HoonzK 2021. 5. 7. 16:59

훈련을 미루고 미루다 밤 9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가르멜 수녀원에서 냉골로 오르는 길에 조성된 인수봉로55길을 따라 달리기로 했다.

국립재활원 사거리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틀어서 가르멜 수녀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워밍업을 마쳤고, 가르멜 수녀원을 만나면 화성산장 위 운동시설 앞까지 스피드를 올려 달렸다. 10회 반복했다. 100미터는 넘을테고 200미터는 되지 않을 거리였지만 쉽지 않았다. 정점에 도달하면 숨이 턱에까지 찼지만 되돌아올 때 숨을 고르면 다시 오르막 스퍼트가 가능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긴 했지만 늦은 시각이라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할 줄 알고 마스크를 끌어내리는 등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했는데 뜻밖에도 네 명이나 만났다. 다섯번 째 치고 오를 때 빨간색 티셔츠 입은 사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나 그나 마스크를 턱 아래까지 끌어내린 상태였는데 마주치는 순간 10여 미터 거리를 두고 동시에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다섯번째 인터벌을 마치고 내려올 때는 농구공을 든 젊은이 한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담배를 피고 있었다. 여섯번째는 숨을 멈추고 매우 빠른 스피드로 그 사람을 지나친 뒤 내려올 때는 화성산장 앞 공터쪽으로 우회하여 담배냄새를 피했다. 한적하고 산이 가까운 곳에서 맡는 담배 냄새는 더 고약하게 느껴지는 법이라....... 이후 처음부터 마스크를 잘 쓰고 내려오는 사람을 한 명 더 만났고,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사람을 한 명 더 만났다. 자전거탄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페달을 무섭게 밟으며 오르막을 치고 있었다.

 

이 운동은 30분이 걸리지 않았지만 운동 효과는 매우 컸다. 아주 흠뻑 젖었다. 평지를 10킬로미터 이상 달렸을 때 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한 느낌이었다.

 

이 운동을 야간에 할 경우 최대 장점은 찌푸린 내 표정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르멜 수녀원 담벼락에 비친 내 그림자

 

배낭을 멘 모습이 그림자로.....

 

전봇대에서 오르막 스퍼트에 나선다

 

이 오르막을 달려오르면 된다. 인터벌 훈련을 하고 있을 때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10회 왕복 훈련을 마치고 난 뒤 사진을 찍기 위하여 오르막을 다시 올랐다. 11번 훈련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플래시를 터뜨려서 사진을 찍으니 길이 밝아보이지만 사실은 아래와 같다.

 

달리는 내내 이렇게 어둡다. 조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과거 북한산 둘레길이 있던 곳인데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오히려 두려움을 준다.

 

누군가 몰래 쓰레기를 버렸다. 나 같으면 찝찝해서 못 버릴 듯. 온갖 욕을 다 먹을텐데.....

 

허옇게 보이는 물체가 화성산장 식당 이정표

 

정화조 뚜껑이 보이면 오르막 스퍼트가 거의 끝났다는 것이다.

 

늘 이 정화조 뚜껑을 밟으면서 반환한다. 여기서 그냥 직진해서 오르막 달리기를 계속하면 조병옥 박사묘에 닿는다. 몇 배 긴 거리를 감당해야 한다. 그 훈련은 다음에 시간을 내어 낮에 하기로....

 

내가 반환하는 지점에도 쓰레기는 버려져 있다.

 

반환하는 지점에서 내려다보면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참으로 자주 이용했던 운동시설이 보인다. 벤치프레스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했던....

 

담배피면서 올라오던 사람이 이곳에서 혼자 농구를 하고 있었다.

 

밤에 훈련하기에는 위험한 곳이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춘마 기념티셔츠를 입고 달렸다.

 

내 손엔 아에드도 들려 있었고.....

 

이곳에는 들개가 많다. 대낮에는 한꺼번에 여섯 마리나 본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 야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들 가르멜수녀원이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가르멜여자수도원이다.

 

 

이렇게 달리고 있었다. 지도에는 고저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달리기의 난이도를 파악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