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생활이다

중랑천 다리 아래를 달리며(2021/03/21)

HoonzK 2021. 3. 28. 15:52

중랑천 징검다리를 건너 중랑구쪽으로 갔다. 중랑구 천변을 달리다 군자교를 건넌 후에는 동대문구쪽으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역광이 시야를 방해하는데 맞바람까지 불었다. 지난 주 초반까지만 해도 다리 통증으로 20킬로미터 넘게 달리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몸은 많이 나아졌다. 이화교, 중랑교, 겸재교, 장안교, 장평교를 지나 군자교까지 쉼없이 나아갔다. 군자교를 건넌 뒤 우이천을 만나기 직전까지 만나는 다리 이름을 순차적으로 외우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다.

군자께서는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겸재 정선이 그린 중랑이화꽃 보시면서....

군자교-장평교-장안교-겸재교-중랑교-이화교

 

 이 다리들을 지나면서 내 시선은 평소보다 멀리 가고 있었는데 혹시 은수님이라도 볼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끝내 볼 수 없었다. 시야만 넓히는 달리기를 혼자서 했다. 어느덧 우이천을 만나고 석관동미리내도서관까지 오면 이미 하프를 넘게 달린 것이었다. 집까지 오려면 거기서도 5킬로미터 이상 더 달려야 했기 때문에 최소한 26킬로미터는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러 책을 살펴보느라 달리기를 멈추었다가 다시 뛰려니 무릎이 아팠다. 뛰는 둥 마는 둥...... 22킬로미터 정도 뛰는 것으로 만족했다. 막판에는 3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우이천변에는 개나리가 피어 있었다.

 

우이 3교쪽에는 개나리가 만개했다.

 

우이천을 빠져나간 뒤 중랑천 하류 방향으로 달리다가 앞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가기로 했다.

 

내가 건너온 징검다리

 

내 뒤에서 학생들이 자전거를 들고 징검다리를 건너오고 있었다.

 

이게 뭘까? 매우 큰 물체인데 사진을 찍고 나니 너무 작아 보인다. 내 몸집의 3분의 2 정도는 된다.

 

겸재교가 보인다.

 

돌틈 사이로 피어난 제비꽃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맞바람과 역광의 방해를 뚫고 군자교까지 왔다. 이미 14킬로미터 정도 달린 것이다.

 

군자교에 올라 돌아갈 길을 살폈다. 사진의 오른쪽이 내가 달려온 길, 왼쪽이 내가 달려갈 길이다.

 

군자교 건너편 둔덕에도 개나리가 제법 피었다.

 

겸재교 아래쪽에 있는 풋살장

 

풋살을 즐기고들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이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너구리가 살고 있다고? '공격할 수 있으니 접근하지 마세요'라고 표현해도 되겠는데...

 

달리기를 거의 마무리지을 무렵 발견한 진달래. 어쨌든 봄은 왔다.

 

석관동미리내도서관이 보인다.

 

ㅆㅇㅈ 무슨 뜻으로 쓴 것일까? 싸우자? 쌓인 짐? 싼 의자? 쌀인줄? 씻은 죄?....

 

우이천 복개구조물을 빠져나가 이곳을 달릴 때마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떠오른다. 2020년 9월 29일 영화를 보았다. 영화 앞부분에 너무 낯익은 장소가 나왔다. 틀림없이 우이천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을 일일이 살폈다. 장소협찬은 맨 나중에 나오니까 꽤 기다렸다. 마지막 부분에 '우이천'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 지점을 달릴 때면 변함없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생각난다.

 

벌리교.... 은수님 댁이 보인다.

 

우이천 제방길..... 지금은 개나리 일색이지만 몇일 지나지 않아 벚꽃으로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