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4회 광진구청장배 마라톤대회(2019/10/09)-HALF 174

HoonzK 2019. 10. 14. 21:24

  하프 종목에서 트로피를 받아본 일은 없었다. 2014년 11월 30일 여성경제신문 창간기념 마라톤대회 때에는 150등까지 트로피를 시상했는데 나는 받지 못했다. 1시간 43분 45초 64가 150위의 기록이었는데 나는 1시간 46분 19초 80이었다. 하루 전날 1시간 49분대로 하프를 완주한 후 바로 달린 것이 문제였을 수 있다. 하프를 연달아 뛰어 다음날 기록이 좋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만족했었다. 이번에는 150위가 아닌 100위까지 시상을 하지만 꼭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참가신청을 했다.


 전마협 VIP 회원인 은수님과 광배님이 하프 종목에 함께 참가했다. 광배님은 25킬로미터를 넘게 달려야 한다고 했다. 골인한 다음 다시 2킬로미터 쯤 갔다가 오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고 반환점에서 2킬로미터 쯤 더 나아간다고 했다. 광배님은 25.7킬로미터를 달려 1시간 52분대로 골인했고, 80위의 트로피를 받았다. (하프만 달렸다면 1시간 32분의 호기록이었다. 이 분 덕분에 내 순위가 한 등 수 올랐다.)


 10도 전후의 쌀쌀한 날씨에 출발했다. 골인할 무렵에는 20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 덥게 느껴졌지만 간만에 더위를 느끼지 않고 초반을 뛰었다. 옆구리살도 제법 들어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최근 세 차례 첫 1킬로미터가 6분 5초 전후였는데 오늘은 5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10킬로미터 종목까지 동시 출발하면서 주로 정체 현상을 겪었는데도 매우 빨라졌다. 3킬로미터를 15분 45초에 지났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나타났다. 2시간 페메가 너무 빨리 가네 하면서.


10킬로미터 50분 30초.


 지난 해 12월 1일 이후 20회의 풀코스, 3회의 하프코스, 1회의 1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이렇게 빠른 페이스를 보인 적은 없었다. 반환점을 52분 55초에 도는데 후반에 조금 속도를 올리면 올해 처음으로 1시간 44분대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뚝섬 코스에서 올해 기록했던 1시간 51분대의 기록을 깨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하프 최고 기록이었던 1시간 46분 51초를 깨뜨릴 수 있었다.


 전날 전국체전 중장거리 경기를 직접 관전하면서 선수들의 동작을 유심히 살폈던 덕분일까? 그들의 동작이 내게 와서 달라붙은 것 같았다. 10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55분 30초가 지났다. 남은 거리를 49분 30초 이내로만 갈 수 있다면 1시간 44분대가 되는 것. 그런데 나는 마지막 10킬로미터를 47분 06초에 달렸다.


 1:42:36.14


 반환하기 전보다 반환한 후 3분 이상 빨리 달렸다. 구리한강시민공원의 코스모스를 감상하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애썼는데 돌아서자마자 주변 풍경을 싹 잊어버렸다. 자세만 신경쓰면서 달렸다. 돌아올 때는 마치 뒤에서 누가 미는 것 같았다.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햄스트링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닌데 통증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 때보다 적었다. 부상은 안고도 빨리 달리는 법을 터득한 듯이 달렸다. 너무 빨라서 오버페이스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으나 하프를 달리는데 오버페이스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로 때문에 생긴 감기몸살 기운으로 몇 일 동안 타이레놀을 끼고 살았고, 대회 당일 새벽에는 4시에 깨어 다시 잠들려고 용을 썼던 것은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닌 것 같은 존재로 빙의하여 풀코스 기준으로 3시간 19분대의 스피드로 달리고 있었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내 기록이 1시간 19분 10초였으니 마지막 5킬로미터는 23분 20여초로 달려낸 것이었다. 킬로미터당 4분 30초에서 50초 사이를 오가면서 잘 견디어내었다. 반환하기 전 내가 확인했던 순위가 80등 안팎이었는데 49등이 되어 있었다. 6일 전 달린 것보다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만족하려고 했는데 7분이나 빨라진담? 이럴 때도 있구나. 마라톤교 신도인 내가 너무 부상에 시달린 나머지 배교할까봐 마라톤신(神)이 잠시 고통을 유보시키고 빨리 달릴 수 있게 해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한 달 간 어떤 날씨든 상관하지 않고 훈련 프로그램을 착실히 수행해서 받은 보상이라는 생각도 일견 들지만......




목표로 했던 트로피를 획득했다.


50위 안쪽으로 들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


출발 시간과 반환 시간을 토대로 초반 페이스와 후반 페이스를 비교해 보니 후반이 3분 이상 빨랐다.




쌀쌀했지만 햇빛이 강한 날이었다. 대회를 마칠 무렵에는 꽤 더웠다.






기념품이 없이 참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유황크림을 선택했다.


3년 전 대회 기록보다 3초 뒤진다.



아픈 데 없고 살이 조금 빠지면 이렇게 되나 보다.

문제는 이날 저녁 너무 많이 먹어 다시 살이 쪘다는 것. 바로 다음 날 인터벌 훈련을 강행하여 햄스트링 부상을 도로 찾아왔다는 것.



전마협에서는 요즘 이런 칩을 쓴다. 배번에 붙어 있던 칩은 편했는데......



대회장 근처 서브웨이 매장에서 행사 상품을 먹기로 했다.




야채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냥 알아서 달라고 했더니.....





마라톤대회를 마친 후 일정이 있어서 짐이 많았다.



이 트로피는 케이스가 없어서 부서질까봐 조심스럽게 들고 다녀야 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다이소 매장에서 산 플라스틱 보관 용기에 담아서 부서질 것에 대비했다.

4년 전 받은 10킬로미터 트로피를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린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