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에 가는 방법을 바꾸었다. 우이신설선 경전철 화계역 첫차를 탔다. 5시 36분. 이전까지 참가하던 때보다 여유가 생겼다. 4시가 안 되어 일어났던 것과 달리 이제는 4시 반까지 잘 수 있었다. 신설동역에서 인천행 열차를 타고 신도림역에 도착한 것이 6시 35분 전후. 7시 출발까지는 25분 정도가 남았는데 이 사이에 화장실을 이용하고, 참가 접수를 하고, 테이핑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해 보였다.
삼십여 명의 주자가 출발할 때 나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해병정의님이 빨리 출발 안하고 뭐하느냐고 했다. 그래도 스트레칭은 해야지요라고 답하고 2분여 늦게 출발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발이 덜컥거렸다. 서두르면서 신발 끈을 제대로 동여매지 못한 탓이었다. 3킬로미터 쯤 달린 후에야 겨우 서브 4 페이스에 진입했는데 신발 끈을 다시 매느라 달리기를 멈추어야 했다. 정성들여 단단히 묶었다. 신발끈을 묶는 내게 산책나온 시민 한 분이 마라톤 뛰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렇게 무턱대고 달리는데 헤까닥 넘어져봐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했다. 그냥 웃고 말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금 속도를 올렸다. 신발이 발에 딱 붙는 느낌이 나니 스트레스가 덜했다. 햄스트링 통증은 전날 10킬로미터를 달릴 때보다는 덜했다. 전날 10킬로미터를 달린 것이 후반을 힘들게 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달리고 있었다.
5킬로미터를 지나서 있었던 급수대가 없어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반환점인 10.55킬로미터까지 물 구경을 못한단 말인가? 다행히 6킬로미터를 넘어서 만나는 다목적 운동시설 건너편에 있었다. 나 홀로 달리고 있어서 제대로 된 급수를 못했다. 누가 먹다 남긴 콜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발생한 사건 때문에 급수대가 바뀌었다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기록증 부정 발급 사건과 코스 이탈 사건. 마라톤 온라인에는 지난 9월 5일 마라톤TV 사장님이 사과문까지 올렸다고 하는데....... 그동안 2회전 코스를 달려 본 일이 없어서 미처 몰랐다.)
급수대를 지난 지 얼마되지 않아 징검다리 데크를 건넜다. 7킬로미터에 가서야 서브 4 페이스를 회복했다. 39분 37초.
함찬일님의 서브3 고속 질주 후에 서브 330 주자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3시간 40분 언저리 페이스로 고운인선님, 건국에이스 병준님, 고운장영님, 달물영희님, 바깥술님이 오고 있었다. 바깥술님은 내게 햄스트링 어떠냐고 물었다. 전날 카톡을 기억한 것이었다.
오늘 햄스트링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지요. 아무리 뛰어도 5분 페이스를 넘어서.....
어떻게 지난 하프 후반 10킬로미터보다 느려서.......
[햄스트링이 아프면 안되는데... 내일 풀 달리겠어?]
그래서 내일 풀코스를 뛰어서 회복시키려고요.
[역발상이네. 암튼 허벅지만 아니면 예전 실력이 나오겠는데....]
내일 달리고 나면 낫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래야지.]
춘마 때까지 살은 좀더 뺴어야 하니 내일 뛰어야 합니다. 무려 3주간이나 풀을 뛰지 않았으니.
내일 많이 지도해주세요. 웬만하면 3시간 50분 00초에서 59분 59초 사이로 맞춰 서브4를 하려고요.
통증은 그냥 견디고 있었다. 불안하고 여유없는 러닝임에는 틀림없었다. 도전을 하고 있지만 자제도 해야 하는. 과감함과 소심함의 교차. 여유로움과 조급함의 엇갈림.
호흡은 쉽지 않았다. 담배 냄새를 피하기 위하여 숨을 멈추면서 밸런스가 자주 무너졌다. 이번 대회가 담배 냄새 자주 맡기 최다 횟수가 아닐까 싶은데 다리 통증 만큼이나 담배 냄새의 고충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출발점에 있었던 해병정의님은 반환점에 와서 반환하는 주자의 번호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반환한 후 돌아가는데 달리는 모습이 낯익은 분이 있었다. 칠마용석님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달리는 모습을 뵈었다.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나아갔다. 홍근님도 오랜만이었다. 여느때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주로를 채우고 있어 인사를 자주 나누었다. 징검다리 데크를 건너가 다시 만난 급수대에서는 칠마희석님을 만났는데 이분의 달리기가 심상치 않았다. 칠순마라톤동호회의 고수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칠마남수님과 쌍벽을 이루는..... 남수님은 몇일 전 바깥술님을 따돌리고 먼저 골인한 분이고, 이번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맡은 분이니.
칠마희석님과는 앞서거니 뒷서거니했다. 1시간 58분에 하프를 달린 후 급수대를 이용하고 되돌아나올 때는 내가 앞섰지만 23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칠마희석님이 내 앞으로 나왔다. 늦게 출발한 만큼 희석님보다 조금 늦게 들어가도 내가 더 좋은 기록으로 나오겠지만....
시각장애인마라토너 이흥의님과 서승우박사는 함께 달리고 있었다. 앞서 나가며 내 이름을 외치자 이흥의님은 컨디션이 올라왔느나며 환호했다. 바깥술님과 샛별홍진님이 서브4 이야기를 먼저 꺼내었다. 서브4 되겠는데. 그랬으면 좋겠어요. 서브4 해 본 지 넉 달이나 되었으니......
반환점에서 다시 만난 해병정의님의 복장은 마라톤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급수대 담당을 하면서 주자들이 급수대 주변을 맴돌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해병정의님은 도림천 건너편에서 내가 보여도 환호하며 서브4를 외쳤다.
32.2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3시간이 넘지 않기를 바랬다. 고맙게도 2시간 59분 30초였다. 이제부터 킬로미터당 6분 페이스로만 가도 서브4였다. 6분 페이스로 갈 경우의 골인 예상 기록은 점점 빨라졌다. 3시간 59분 30초가 3시간 59분 15초가 되고, 또 3시간 58분 00초가 되면서..... 사고가 없는 한 무려 4개월만에 서브4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3킬로미터쯤 남기고 칠마희석님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앞으로 나아갔는데 2킬로미터쯤 달리니 바로 옆에 계셨다. 그 이후 내가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1킬로미터를 남겼을 때 3시간 48분 50초였다. 3시간 53분대는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을 어찌나 빨리 달렸던지 3시간 52분 37초 35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 1킬로미터가 4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골인 직전 자전거가 지나가면서 잠시 제자리 걸음을 해야 했는데도......
다음날 보니 살이 좀 빠졌다. 체중감량에는 역시 풀코스가 최고다.
5시 36분 화계역 첫 차를 탔다. 초만원이었다.
원래 첫차는 앉을 자리가 없지만 규모가 작은 경전철이라 더 비좁았다.
새벽 4시 40분 버스를 탈 때는 텅텅 비어 한동안은 앉아서 갔는데......
신설동역에서 신도림행 열차를 6시가 되기 전에 타는 게 목표다. 그래도 빠른 것이 아니지만......
서브4를 4개월만에 했다.
3주 전 풀코스 기록보다 10분 이상 빨라졌다.
공원사랑마라톤 2회전 코스의 이전 기록보다는 1시간 정도 빨라졌다.
바깥술님이 주신 책.... 만화책부터 소설, 교양 서적까지.....
원피스..... 이 책을 어떻게 하지?
주신 것이니 꼭 읽어보는 것으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주혼과 아에드> 집필의 발상을 제공한 책이다.
바깥술님이 주신 책 가운데 유일하게 읽어본 책.
정리한다고 해 보았는데도 무거워서 혼났다.
무거운 짐에서 결코 해방되지 않는 나!
바로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데 들렀다 와야 해서 더 힘들었다.
이러고 나면 선물이 더 오래 각인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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