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새벽 0시에 킥오프하지 않았다면 김대중평화마라톤 하프 종목에 참가했을 것이다.
아쉬운대로 구경갔다. 너무 늦게 자서 일어나기가 몹시 힘들었지만 希洙형님과 약속한 것도 있고, 로운리맨님이 잘 뛰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현장에 갔다.
여의도이벤트광장에서 출발하여 성산대교 방향으로 달리다가 希洙형님을 만나면 함께 골인점으로 돌아왔으면 했다.
10킬로미터 정도 이상은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더운 날씨이니 그 정도만 달려도 하프 마라톤을 달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9시 27분 카톡 문자를 받았다. 希洙형님은 4킬로미터 지점까지만 달리고 걸어서 돌아오겠다고 했다. 이 문자를 받고 달릴 계획을 접었다. 10시가 넘어 대회장에 도착할테니 뛰기 시작하면 불과 1킬로미터도 달리기 전에 되돌아오게 생겼다. 천천히 걸어서 마중을 나갔다. 서강대교 부근에서 형님을 만나 천천히 걸어왔다. 전날 모임이 너무 많아서 집에는 자정이 될 무렵 돌아왔고, 그때부터 축구본다고 휴식도 못했으니 애당초 마라톤 대회 완주는 힘들어 보였다고 했다. 매우 덥기도 했으니.....
형님이 간식을 드시는 동안 골인 지점에 가서 로운리맨님을 기다렸다. 1시간 29분부터 35분 사이의 골인 주자가 들어올 때 초집중하였다.
1시간 35분이 넘었는데 로운리맨님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렸더니 주황색 민소매 티셔츠 주자가 나타났다. 계시기를 보고 지난 해 기록은 깨뜨리겠구나 싶었다.
1시간 39분 초반으로 골인했다. 지난 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몹시 더워 매우 힘들었지만 1시간 30분대로 들어왔고, 지난 해 기록까지 깨뜨렸으니 성취감이 남다른 것같았다. 골인 직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올려 경이적인 레이스를 자축하고 있었다. 기록증은 내가 받아드렸다.
希洙형님, 로운리맨님과 함께 맥주, 콜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는데 마라톤 이야기 반, 월드컵 이야기 반이었다.
헤어진 후 한강시민공원으로 가서 나 홀로 달리기 훈련이라도 해야 했는데 접고 말았다. 여유가 되면 해누리 축구장에 축구하러 가자고도 했다. 축구해 본 지 15년이나 되었고, 장비도 없어서 어렵겠다고 말씀드렸다. 달리기나 해야지요. 형님은 달리기를 굳이 해야 한다면 도림천 고가의 그늘을 이용하여 훈련하라고 했다. 그래서는 안되지요. 뙤약볕에서 훈련해야 대회에 나가 더 잘 견디어낸다고 봅니다. 대회 때보다 훈련 상황이 훨씬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 놓고 아예 운동을 하지 않고 일요일을 마감하였다. 돌아가다가 서울극장에서 영화 한편 보고, 동대문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집까지 뛰어올까 하다가 신설동역에서 우이신설선 경전철을 타고 귀가해 버렸다. 도무지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니 옆구리살이 출렁거리고 얼굴이 한없이 부풀어 오른 느낌을 지울 길이 없었다. 반성해야 해. 반성. 이대로 지내다간 다음 대회 때 애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의도 이벤트광장. 이 때의 시간이 10시 02분이다.
1시간 전후의 10킬로미터 완주자가 대거 골인하고 있었다.
希洙형님을 마중나가는 길에 만난 곳.... 시원하겠다.
걸어오는 주자도 있다. 더울 때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로운리맨님이 골인하고 있다. 확대해서 찍으니 흐리게 찍힘.
로운리맨님은 칭따오 맥주, 希洙형님은 카스, 나는 코카콜라....
서울극장에 가서 시간대가 맞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여중생 A>를 보게 되었다.
내가 봐도 되는 영화인가 궁금해 하면서 보았다. 관객은 단 네 명. 한 커플. 혼영화 보는 사람 두 명.
시간이 갈수록 영화가 괜찮았다. 김환희의 연기력은 압권이다. 영화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한 아역 배우.
2년 전 공릉중학교 다니는 축구부원 한 명이 내게 그랬다. 저희 학교 2학년 누나 중에 무지 유명한 배우가 있어요. <곡성>에 나왔다는데요.
아! 김환희! <전국노래자랑>에도 나와서 관객 많이 울렸지. 걔가 공릉중학교 다니는구나.
(지금은 고등학생이겠다)
학교 배경으로 북한산이 자주 나와서 우리 동네 학교임이 틀림없었다. 확인하고 싶어 자막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나가지 않았다.
장소 협찬은 가장 나중에 나오니..... 창북중학교였다. 쌍문역과 창동역 사이, 창골축구장 근처에 있는 학교라 잘 아는 학교였다. 창동고등학교 안쪽에 있는 중학교인데 내가 가끔 달리는 코스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청계천을 따라 달릴 생각으로 스트레칭까지 마쳤는데 불과 몇 백미터를 달리지 못하고 걸었다.
걸으면 여유가 없는데..... 5시까지 동대문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해야 했다.
4시 30분, 4시 40분... 시간은 자꾸 가는데.....
도착했다. 동대문도서관.
토요일,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자료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16시 46분이다.
HIGH-RISE를 19일간 빌렸다. 사실 읽은 날은 사흘이었는데....
반납하기 전에 기억해야 할 단어나 문장를 급히 정리했다.
신발 뒷축이 떨어져 나간 아식스 젤카야노 22. 그만 신을 때가 된 것이다.
달릴 때마다 찰싹찰싹 소리를 내는데 짜증이 났다. 달리지 않을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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