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보통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면 적성검사가 필요하다.
7년만에 돌아온 적성검사 기간.
2017년 3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였다.
7년 전에는 적성검사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후다닥 달려가 바로 갱신하였다.
2010년 동아마라톤을 아주 힘들게 완주하고, 바로 다음날 눈이 침침한 상태에서도 병원에서 신체검사받고 강북경찰서에서 면허증 갱신 신청을 하였다.
(신체검사를 받았던 병원의 원장도 바로 전날 동아마라톤을 달렸던 분이라는 인연이 있었다.)
이번에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적성검사가 만료되는 9월이 되고 말았다. 재발급 받으라는 서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운전을 거의 하지는 않지만 운전면허는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이번 운전면허증 갱신 때문에 머리를 두 번 깍아야 했고, 증명 사진을 두 번 찍어야 했다.
8월 8일 머리를 깍고 사진관에 갔더니 사진사가 사진을 못 찍겠다고 했다. 이발하시고 오셔야 겠어요. 왜요? 이틀 전에 머리를 깍았는데요. 요즘 사진은 증명 사진도 여권 사진처럼 귀가 보여야 합니다. 여자들처럼 머리를 뒤로 넘기면 되지 않나요? 손님 헤어스타일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거울 앞에서 대책을 강구해 보았다. 귀 앞쪽의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귀를 보이게 할 수가 없었다. 귀를 악착같이 보이게 하면 머리 위에 푸석푸석한 잡초를 올린 모양이 되고 말았다. 사진사는 몸이 피곤해서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나를 진상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8월을 다 보내고, 9월이 되었다.
9월 6일 의정부 블루클럽에 다시 갔다.
미용사가 놀랐다.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사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귀가 보이게 사진을 찍으려면 이발을 할 수밖에 없어요. 10년만에 짧게 잘랐다. 심정적으로는 삭발하는 느낌이었다.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미용사는 깍아주었다. 봉두난발이 단정해졌다. 어색해하던 미용사는 괜찮아 보인다며 앞으로 계속 그렇게 깍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까지 했다.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재발급받을 때말고는 이럴 일은 없겠지요.
다음날 사진관에 갔다. 우리 동네에 있는 꿈을찍는사진관은 닫혀 있었다. 출사라도 나간 것일까? 강북구청 근처에 있는 사진관까지 가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받았는데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진을 들고 도봉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가다가 되돌아오고 말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얗게 만든다고 떡칠한 것은 둘째치고 안 그래도 먹고 있는 나이를 10년쯤 더 보탠듯한 사진이었다. 앞으로 수년 간 사용해야 할 운전면허증 사진을 이것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사진관으로 갔다. 머리 때문에 퇴짜맞았던 사진관이었다. 눈썹 보이지, 귀 보이지.... 더 이상 문제 삼을 데가 없게 머리를 깍았기 때문에 사진사는 바로 찍어주었다. 다섯 번 셔터를 눌렀는데 그 사진은 모두 컴퓨터로 전송되었다. 내게 다섯 장의 사진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라고 했다. 사진사와 내가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골랐다. 사진사가 보정 작업을 하는 것을 모니터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어두운 톤의 얼굴을 그대로 살리니 오히려 나아 보였다. 잠이 부족하여 피곤한 태가 철철났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어 폐기하기로 결심했던 사진과는 달라졌다. 원판과 보정판을 비교할 때 몹시 늙었구나 하는 비애감이 들긴 했지만 보정해 만들어지는 사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진사는 taking photos뿐만 아니라 making photos도 잘하는 전문가였다. 앞의 사진관보다 돈은 조금 더 내고 사진은 몇 장 덜 받았지만 훨씬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도 와야지.
도봉운전면허시험장으로 다시 갔다. 가장 큰 걱정은 신체검사 통과였다. 요즘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너무 들여다 보아 눈이 침침하기 짝이 없는데 시력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눈이 가물가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얼마나 나빠졌을까?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는 번호표를 세 번이나 뽑는 실수를 저질렀다. 적성검사 서류를 작성하지도 않고 번호표를 뽑았고, 적성검사 서류는 작성한 후 신체검사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않고 번호표를 또다시 뽑았다. 운명의 신체검사. 5천원 내고. 띵동. 벨 소리가 울리면 시력 검사하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당일에도 새벽 3시가 넘어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고단하기 짝이 없었는데 왼쪽 눈은 1.0이 나왔고, 오른쪽 눈은 1.5까지 나왔다. 괜한 걱정을 했었네.
12,500원을 내고 운전면허증을 신청했다. 5분만에 발급받았다.
경찰서에서 신청할 때는 열흘이 넘게 걸렸었는데.
적성검사시간은 2027년이었다. 기간은 2027. 1. 1~12.31. 10년 후 1년 내내. 바뀌었구나.
이발 두 번 14,000원, 사진 촬영 두 번 28,000원. 적성검사 및 재발급 요금 17,500원. 차비도 일부 들었다.
다른 사람보다는 많이 들었겠다.
여성 사진사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가는 길에 노원역 봉구스 밥버거에 들러 요기를 했다.
벽에 이런 저런 글이......
1800원짜리 봉구스밥버거로.....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며 밥버거를 먹었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다. 여기서 운전면허를 땄었지.
갱신 서류
좌안 1.0 우안 1.5가 나왔네. 다행히도.....
서류 접수 창구
사람이 별로 없다. 목요일이라 그런 것일까?
모니터에 내 이름이 나오기만 기다리는데 직원이 호명을 하여 새 면허증을 전해주었다.
이 통보서를 두 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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