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운리맨님께 드릴 것도 있고 해서 오후 7시 40분부터 매봉역에서 기다렸다.
8시가 조금 넘어 로운리맨님이 달리기 복장으로 챙겨 입고 매봉역으로 나오셨다.
매봉역에는 물품보관함이 없었고 가까운 곳에 대형할인마트도 없어서 내가 갖고 온 짐을 보관할 데가 없었다.
몇 분간 걸어가 로운리맨님의 자가용에 짐을 넣어두고 양재천으로 갔다.
물품만 전해 드리고 돌아와도 상관없었고, 이왕 왔으니 달리고 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달리기 훈련을 함께 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달린 후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나왔으니 로운리맨님이 달리자고 하면 달릴 생각이었다.
로운리맨님은 전날 저녁 운동을 했으니 사실 쉬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내가 왔으니 달리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나 역시 오전에 병원에 다녀오면서 충분히 달리기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달릴 필요는 없었다. 이틀 후 풀코스를 달리게 될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저녁식사만이 아니라 달리기 후 저녁식사였다.
합동훈련하면서 로운리맨님의 2분의 1만 달리겠다고 아세탈님에게 공언했던 계획이 빗겨나가 로운리맨님과 똑같이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게 되었다.
대회 때 자주 달리던 양재천 코스를 보니 내가 달리는 우이천과는 너무 달랐다.
강북과는 다른 강남 티가 났다. 조금 시끄러운 느낌도 있다고 할까? 야간에는 잘 달리지 않으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KIA와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의 불빛을 보면서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엄청난 함성이 쏟아져 나와 끊어지지 않으니 별별 상상을 다 하면서 달리게 되었다. 자동차극장을 먼발치에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칠부바지에 배낭까지 진 내 모습과 민소매와 숏팬츠로 달리는 로운리맨님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대비되었다.
뚱뚱이와 홀쭉이 아닌가?
아에드 한 병에 휴대폰, 로운리맨님의 자가용 키를 배낭에 넣고 달리는 내 모습은 뒤뚱거리는 오리같았다.
로운리맨님은 비호처럼 쭉 달려 나갔다.
한 여성 주자와 보조를 맞추면서 어느 정도 따라갈 때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게 되면서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다.
깜깜한 밤이라 어디쯤 앞서서 달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언제 반환해야 하나? 혹시 양재천을 건너가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이를 어쩌나 싶었다.
휴대폰을 갖고 달리지 않는 로운리맨님과 어떻게 연락을 취한단 말인가?
다행히 달려갔던 주로를 그대로 돌아서 오고 계셔서 다시 만났다.
로운리맨님이 반환했다는 다리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출발 지점으로 돌아갈 때까지 혼자 달릴 줄 알았는데 중간 지점에서 로운리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속도를 변주해서 함께 달렸다.
이틀 뒤에 풀코스를 달릴 수도 있는데 운동을 과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언제 다시 로운리맨님과 이런 훈련을 해 보겠는가?
10여 킬로미터를 달린 후 아에드를 나누어 마셨다.
배낭에 넣고 달린 물통은 달릴 때는 귀찮지만 물이 필요할 때는 정말 귀한 에너지원이 된다.
일요일 풀코스를 달리기로 약속하고 뒷풀이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훈련 후 포상콜라로 건배도 하고.....
삼겹살을 코 앞에 두고 술을 마시지 않는 로운리맨님. 풀코스에 대한 사전 예의를 철저히 지키시는구나.
상자 안에는 술과 면류가, 배낭에는 갈아입을 옷과 책이 들어 있다.
매봉역 벤치에서 기다린다. 로운리맨님이 지하철 타고 퇴근하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버스타고 귀가하셨다고.....
<영초언니>를 읽으면서 참치김치 밥버거를 먹었다.
로운리맨님과 만나 양재천으로 가니 공연이 있었다.
아에드를 올려놓고 스트레칭부터 하였다.
양재천의 밤
로운리맨님은 앞으로 가고 보이지 않는다.
수풀 사이로 난 양재천 산책로
건너편은 휘황찬란하다.
잠실야구장의 불빛
이 다리를 건너가면 잠실종합운동장쪽으로 갈 수 있지만 여기서 반환한다.
돌아가는 길
잠실종합운동장과 자동차 극장이 보인다.
다시 잠실야구장이다. 양재천 물에는 또 하나의 잠실야구장이 있다.
로운리맨님이 앞에서 달리고 있다.
시보리 주법 훈련을 하시는 건가?
전력질주하여 따라잡은 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는 사이 거리가 멀어져 버렸지만......
로운리맨님. 내가 지난 12월 18일 선물한 아식스 젤 인피니 마라톤화를 잘 신으시니 고맙다.
돌아오는 풀코스에서 훈련의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밤 9시 40분이 훌쩍 넘었는데 젊은 친구들은 열심히 농구하고 있다.
매봉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좌우가 뒤집힌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근처 식당에서 삼겹살을 함께 하였다. (별도 포스팅 예정)
환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로운리맨님.
수유역에 도착하니 마을버스 운행이 끝나 있었다. 밤 12시가 넘었으니.....
찬물로 샤워하고 빨래를 했다. 이 사진은 새벽 3시 13분에 찍었다.
새벽 6시가 되어서야 잘 수 있었다. 그 잠을 오래 잘 수도 없었다.
전화가 빗발쳐서.....
토요일 휴식을 거의 못하게 되면서 일요일 풀코스가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졌다.
그래도 갈 수도 있다는 약속을 했으니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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