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풀코스를 완주하고 월요일 화요일 이틀 동안 달리기를 쉬다 보니 인터벌 훈련을 수요일에 해야 했다.
배낭에는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 세 권이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날씨이니 책을 비닐봉투 두 장으로 쌌다.
스마트폰도 비닐에 담아 몇 장의 카드와 함께 배낭에 넣었다. 아에드는 손에 들고 달렸다.
처음에 집을 나설 때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달린 거리가 1킬로미터를 넘기도 전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산을 쓰고 달렸어야 했는데.....
이미 젖어버린 몸, 우산을 써서 뭐하겠는가?
우이천에 가까워질수록 비는 더 세게 내렸다.
이 폭우 속에서도 달렸다는 사실을 기록에 남기고 싶었지만 비가 너무 내리니 스마트폰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한일병원쪽에 도착해서 3킬로미터를 마라톤대회 페이스로 달려나갔다. 배낭이 무거워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지만 꾸준히 자세 잡기는 해 보았다. 로운리맨님이 개발했다는 시보리 주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고민하면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리가 벌어지지 않고 모아지는 효과가 있음에는 틀림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잘 달리기 위하여 무릎을 붙이고 앉는 습관을 들이곤 했었다. 도복 띠로 다리를 묶은 적도 있었다. O자 형태가 되지 않게 11자 형태로 다리의 움직임을 만드려는 노력이었는데 어쩌면 시보리 주법이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3킬로미터 마라톤 페이스로 달려낸 후 아에드를 마시며 400미터 회복조깅을 했다. 그 이후에는 400미터 중간 속도로 스피드를 올려주었다. 사이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을 섞었다. 광운대 아래쪽 우이천변은 지대가 낮아 물이 넘어오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공원사랑마라톤대회가 자꾸만 떠올랐다. 요즘은 달렸다 하면 비와 너무 인연이 깊다. 드디어 젤카야노 22 러닝화를 세탁할 때가 되었구나 마음을 먹고 물길을 밟아 나갔다.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 들어섰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물자국이 흥건하게 새겨졌다. 화장실부터 들러 휴지로 손의 습기를 닦았다. 책을 반납할 때 물방울 하나라도 묻지 않도록 신경썼다. <러시아의 맥베스부인>은 다른 사람이 예약한 도서라 사서에게 직접 반납해야 했다. 물이 결코 묻어 있지 않은 상태로 반납해야 했다. 열심히 닦아낸 결과 습기 하나 없이 책을 반납했다. 다만 내가 섰던 자리마다 물이 고여 있어 화장실에서 가져온 휴지로 바닥을 닦아주고 나왔다. 돌아올 때도 짐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세 권을 반납했지만 다시 세 권을 대출받았으니.....
미아역쪽으로 넘어 왔을 때는 비가 그쳐서 찬거리를 사서 돌아오기로 했다. 비는 그쳐서 괜찮았지만 너무 많은 물품을 사서 돌아오는 바람에 무거워서 아주 진을 뺐다. 그래도 스피드 훈련부터 근력 강화 훈련까지 잘했으니 만족했다.
광운대학교 아래쪽 우이천변이 범람하려고 한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비가 멈추어 주었다.)
이 지점부터 400미터 질주를 해야 하는데 주로가 물에 잠겨 있다.
일단 발을 내딛어 본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기세로 물이 밀어닥치겠구나.
발목이 잠기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다.
아식스 젤카야노 22를 처음으로 세탁하게 생겼네. 빨 때도 되었으니 잘 되었다.
뒤돌아보니 금새 물이 차오른 상태이다.
고가 아래를 달려가야 하는데.....
물 때문에 주로가 지워졌구나.
플라스틱 기둥이 물 때문에 꺽여 버렸다.
그래도 이쪽은 안쪽으로 공간이 있으니 달릴 수 있었다.
비둘기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모여 있다.
비가 소강상태이지만 언제 쏟아질지 모른다.
아에드와 책이 세 권 든 배낭.
위쪽으로 갈수록 범람의 위협은 사라진다.
물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 빨려들 듯 두렵다.
가끔 건너다니던 징검다리가 접근을 거부한다.
인터벌 훈련을 마치고 늘 건너다니던 징검다리가 물 속으로 사라졌다.
조금 더 달려가 다리를 이용해서 건너기로 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비를 맞는 면적이 넓어지니 더 많이 젖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 다리 아래까지 와서 일부러 사진을 찍었다.
바닥에 튀어서 오르는 빗방울
다시 이 빗 속으로 나가 달려야 한다. 스마트폰은 비닐봉투에 잘 싸서 넣었다.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꺼낼 수 없다.
강북문화정보도서관 2층 화장실에 왔다.
휴지를 이용하여 물기를 닦아내기 직전
티셔츠를 쥐어짜니 물이 흥건하게 떨어진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롯데슈퍼에 들러 쇼핑을 했다. 2킬로미터 정도 물품을 들고 온다고 무진 애를 썼다. 라면 상자는 비가 내렸다면 들고 오지 못했을 물품이다. 책이 든 배낭까지 매고 있어서 아주 힘들었다. 노끈이라도 있었으면 들고 오기가 좀 수월했을 것이다. 롯데슈퍼에서 배달 시키느냐고 물어봤을 때 '네'라고 할 것을. 그냥 들고 갈 거라고 했으니......
이런저런 내용물... 전자레인지 덕분에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라면이 싸게 나와 구입하였다. 김치라면과 오동통면은 각각 2천원이 넘지 않는다.
식빵, 깻잎, 취나물, 비름나물을 샀다.
단무지, 콩나물, 어묵도 구입했다.
음료수도 샀는데 짐의 무게를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물품을 구입하고 받은 스티커. 그러나 다음 기회에..... 이런 것은 되는 법이 없다.
취나물 다듬고....
비름나물도 다듬고.....
콩나물을 삶아 놓고.....
취나물을 데치고....
데친 콩나물과 취나물을 찬물에 씻어 물을 뺀다.
비름나물을 삶는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취나물과 비름나물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볶아야 한다. 간장 넣고 참기름 넣고 깨까지 넣어서.
콩나물은 소금 간하고 고춧가루 뿌리고 잘 버무린 뒤 참기름과 깨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다.
운동, 책 반납 및 대출, 쇼핑 후 들고 오기, 음식 만들기까지......
거부할 수 없다.
내 삶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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