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일. 황사 흙비가 내렸다. 투표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마라톤 대회를 위하여 사전 투표를 했으니.
여의도 이벤트광장으로 갔다. 베개는 완주 후 수령하기로 했다. 고무장갑은 부피가 작으니 배번호 체크 받은 뒤 수령했다. 왕복 1.5킬로미터 떨어진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希洙 형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여의도에 오신다고 했다. 현장접수한다는 뜻. 대환영.
출발 30분 전 물품 보관을 마치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希洙 형님이었다. 물품 보관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커피도 나눈 뒤 함께 출발하였다. 몸풀기는 가볍게 했다. 달리면서 슬슬 몸을 풀면 된다는 생각으로. 빗방울 떨어지는 희뿌연 날씨 속에서 출발했다. 아무래도 열흘 전 하프보다는 부담이 덜했다. 希洙 형님은 사흘 전 서산에서 하프를 2시간 14분에 달렸고 그것도 힘들게 달렸기 때문에 오늘 하프도 2시간을 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형님은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리는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비를 피하기 위하여 입고 있던 비닐은 2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벗었다. 벗자마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난처했지만 다행히 비는 오래 내리지 않았다. 점차 날씨는 맑아지고 있었다. 페이스는 양호했다.
4월 24일 있을 서울하프마라톤에서 1시간 49분 44초 이내로 들어가면 암밴드를 추가로 받기 때문에 그 기록에 맞추어 보기로 했다. 1시간 50분 페메를 따라가다 후반에 조금 치면 무난했다. 열흘 전 후반 좀 심하게 치긴 했지만 1시간 47분대로 달린 일도 고무적이었다. 希洙 형님에게는 1시간 50분 이내로만 들어간다고 공언했지만 아무래도 페메가 늦게 달리는 것같았다. 10 Under인 윤ㅈㅎ씨와 대화하면서 동반주하는 페메. 원래 한 분이 더 계셔야 하는데 오늘 1:50 페메는 한 분이었다. 그냥 달렸을 뿐인데 4킬로미터 지점을 넘으면서 나 홀로 앞으로 나오게 되었다. 希洙 형님은 따라오지 않았다. 형님이 스마트폰으로 들려주던 연주곡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릎이 잠깐 아팠다. 테이핑을 해서 섣불리 올라가는 스피드를 제어했어야 했는데 실수인가? 무릎 통증이 느껴지지 않게 주법을 바꾸다 보니 이제는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던 오금에 통증이 느껴졌다. 다 나은 게 아니구나. 조심해야지. 이 페이스에서 더 올리지 말고 나아가야 해. 건너편에서 오는 외국인 선두 주자. 그리고 잠시 후 박성국님. (이 분은 1시간 33분대의 기록으로 연대별 5위를 했다) 10킬로미터 기록 체크. 54분 20초. 지난 대전에서보다는 30초 정도 늦었다. 반환할 때 시계를 보니 57분이었다. 이 페이스는 1시간 54분의 페이스. 어떻게 1시간 50분 페메가 내 뒤에 있을 수 있지? 돌아올 때 보니 급수대에서 페메와 함께 달리는 분들이 있었고, 거기에 希洙 형님도 계셨다. 형님의 경우 사흘 전과 달리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였다. 이 대회에 참가하라고 권유했던 사람이 나 아니었던가? 전날 카톡을 보내 운동하러 나오시라고 했더니 정말 나오셨다. 저력과 관록이 있으신 분이니 금방 회복하신다.
10킬로미터 남기고 시계를 보니 1시간 1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거리를 48분대로 뛰지 않으면 1시간 49분대로 완주하지 못하는군. 지금 상황에서는 스피드를 올릴 수 없었다. 그저 달리는 수밖에. 후반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하고. 12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뒤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에 놀랐다. 여러 명이 모여서 달리는 소리. 누굴까? 1시간 50분 페메 무리였다. 전반에 천천히 달리더니 후반에 스피드를 바짝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1시간 50분 이내의 완주는 불가능하니. 피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추월당하였다. 希洙 형님은 그 무리에 없었다. 페메와는 10미터에서 50미터까지 차이가 벌어졌는데 기준으로만 삼고 바짝 뒤쫓지는 않았다. 재부상의 우려를 지울 수 없으니.
어느덧 햇빛이 강하게 비치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해를 마주하고 달리는 것이니 쉽지 않았다. 더워지고 있었다. 옆구리의 살집도 느껴지는데 더울 때는 낭패다. 뚱뚱한 사람이 더운 날씨에 마라톤을 한다? 정말 힘든 일이다. 시간을 잊고 달리려고 했는데 7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고 시계를 보았다. 카시오 시계로 바꾸어 왔어야 했는데 깜박하고 평소 차고 다니는 카파 시계를 차고 나왔다. 작동법도 아직 잘 모르고 무거워서 스트레스를 주는 시계. 짜증나네. 1시간 15분 02초 소요. 앞으로 킬로미터당 5분으로 달려서는 1시간 49분대로 완주하지 못한다. 13.1킬로미터부터 14.1킬로미터까지는 5분 페이스가 유지되었지만 14.1킬로미터부터 15.1킬로미터까지는 4분 50초 페이스로 들어왔다. 스퍼트가 시작되는 15.1킬로미터 지점부터는 4분 40초대까지 달렸다. 페메와 함께 달리던 10under를 비롯한 주자들이 내 뒤로 밀려왔다. 다리는 아직 불편했다. 경미한 통증이지만 스피드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 3킬로미터를 남기고 1:50 페메와 재회했다. 따라오느라고 힘들었네요. 1:50 못하게 생겼어요. 이 페이스로 가시면 충분하신데. 아니, 제가 힘들어요. 지쳤어요. 아! 긴팔에 민소매까지 덥게 입으셨네요. 대화를 나눈 것도 잠시. 마지막 급수대(2.5킬로미터 남은 지점)를 지난 후 페메 앞으로 나아갔다. 스퍼트, 또 스퍼트. 4분 20초대 페이스. 이제는 1시간 49분대로 들어서는 데 문제가 없었다. 전날 점심으로 돼지고기 수육 먹었지. 밤에는 LA갈비가 들어있는 편의점 도시락 먹었지. 새벽에 나오기 전에 이른 아침으로 돼지고기를 먹었지. 마라톤을 완주한 후의 모습을 달리기 전에 보여주다니? 앞으로는 마라톤 대회에 앞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지. 충분한 수면과 식이요법. 100미터쯤 남기고 앞의 주자를 제칠까 말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제칠 능력이나 되나? 누군가를 제칠 때마다 받는 시선. 그 시선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받을까? 앞의 주자가 골인 지점을 앞두고 스퍼트를 하면 못 따라간다. 하지만 이 분은 더 이상 스퍼트하지 않았다. 그 분 앞으로 나아갔다. 내 추월행위에 자극을 받아 스피드를 올리면 100미터 전력 질주하듯이 달려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따라오지 않았다. 쭈욱 나아갔다. 들어서자마자 현장 기록증 배부처로 갔다.
1:48:59.87
1시간 50분 페메는 1시간 49분대로 들어왔고, 希洙 형님은 1시간 52분대로 들어왔다. 希洙 형님은 사흘 전의 기록과 비교했을 때 킬로미터당 1분씩 빨리 달린 것이었다. 풀코스 96회를 달리신 후 100회 완주를 미루기만 하시며 앞으로 하프에 전념해야겠다고 하셨다. 완주 후 함께 쭈꾸미 정식을 먹었다. 경미하지만 오금 통증이 재발하였다. 다음 행보가 걱정된다.
希洙 형님이 출발 직전 찍어준 사진...... 몇 장 더 찍어주셨는데 스마트폰에 문제가 있어 이 사진밖에 건지지 못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 비닐을 입고 있었다.
1. 대회요강
2. 참가종목
◈ 매니아란? 기념품을 원하시지 않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 입니다
3. 시상내역 5km, 10Km, Half (단, 등록된선수 및 현장접수자는 시상에서 제외)
◈기록은 넷타임이며,순위는 건타임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엘리트선수는 선수해지후 4년이 지난 후 입상 가능 (단체대항전, 개인시상 등 모든시상에서 제외) ◈ 대회당일 시상식이 진행되며, 시상식 미참석하신분은 요청시 시상품이 택배비 본인부담으로 배송됩니다. ◈연대별 인원이 20인 미만인 경우 앞 연대에 포함 되어짐
4. Half 단체대항전 (기록 합산순)
◈단체 대항전은 한 단체에서 2팀 까지 가능 ◈사전 신청팀(담당사무국으로 인터넷신청 후 전화신청)에 한하며 별도의 배번호 부여 ◈6인 1조 골인시간 합산하여 순위 결정(팀원중 한명이 여자가 포함되어야합니다) ◈여성부 별도 시상이 없으며 5팀 미만 신청시 취소됨 ◈ 단체회원이 아닌 사람이 단체대항전에 출천할경우 실격처리된다 (6개월 이상 회원가입자에 한함) ◈ 마감전까지 단체대항전에 출전하는 회원분들의 회원명부등 회원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보내야한다. ◈ 입상금은 3주이내에 입금됩니다. ◈ 대회당일 시상식이 진행되며, 시상식 미참석하신분은 요청시 시상품이 택배비 본인부담으로 배송됩니다. ※ 이번 대회는 개인 및 단체전 중복시상입니다※ 6. 접수안내
※각 대회별 환불처리는 접수마감 후 10日이내에 처리완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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