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8회 사천 노을마라톤(2013/08/24)-FULL

HoonzK 2013. 8. 26. 22:24

저녁 무렵 사천 바다의 노을을 보면서 달리는 대회?

아니다.

출발 전부터 골인 후까지 내내 이어진 여름비를 맞으며 어둠 속을 달린 대회.

그다지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다.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리면서도 살짝 SUB-4 욕심을 내 보기도 했으니까.

예전의 컨디션으로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정도가 제동을 걸었다.

 

1. 저녁이고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더운 여름이라는 사실

2. 그동안 훈련 부족으로 뚱뚱해졌다는 사실

 

사천대교에서 맞이한 하프 거리까지는 평소처럼 달렸다.

초반에 동반주를 한 송희수 형님 덕분에 페이스를 조금 끌어올릴 수는 있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 때문에 살짝 고무되기도 했고......

 

5킬로미터를 가기 전에 비로 젖고 땀으로 젖어 몸에 마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

20킬로미터 쯤 달리고 나서 옆구리를 만져 보기도 했다.

-좀 살이 빠졌나?

남들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하여 살을 빼지만 나란 놈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면서 살을 빼고 있으니......

 

사천대교를 건널 무렵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한쪽 주로로만 달리기 때문에 건너편에서 돌아오는 주자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켰다. 사천대교를 빠져나온 다음에는 아주 암흑 속에서 달렸다. 불과 20여 미터 정도 터울만 생겨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페이스메이커의 풍선이 보이지 않았다. 페메 한 분의 풍선은 터지기까지 했으니 하나뿐인 풍선을 찾기도 힘들었다. 손목시계로 시간 체크도 불가능했다. 주변을 보면서, 특히 앞을 보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거나 조절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면 속으로 침잠했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사천대교의 야경. 야경을 보다 지치면 또다시 내면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이 생각 저 생각. 옆에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자기 최면을 계속 걸었다.

32킬로미터를 지나면 10킬로미터만 남으니 새로 10킬로미터 대회에 나왔다고 생각하자.

35킬로미터가 나오면 스피드를 올리는 구간이 시작되니 에너지가 재충전될 거라고 믿자.

40킬로미터에 닿으면 인간의 일은 다했고 신의 영역에 들어갔으니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다.

 

그런데

뚱뚱한 데다 훈련이 부족한 달림이에게 위의 최면은 하나도 해당되지 않았다.

10킬로미터 대회라고? 죽을 만큼 힘든 10킬로미터 대회를 달리는 것이었다.

35킬로미터 지점에 닿았다고? 에너지가 없어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전진하는 구간이 시작되었다.

40킬로미터 지점 신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신은 결코 오지 않는다.

 

살을 빼고 훈련을 해야 다 맞아들어가는 것이다.

 힘들어도 절대 걷지 말아야 한다는 철칙은 지켰다.

사천시내쪽으로 달리던 예전의 대회는 오르막이 거의 없었다고 하지만 이번 대회는 시 외곽으로 달리기 때문에 수시로 오르막이 나왔다.

대부분의 달림이들이 오르막에서는 걸었다. 오르막에서는 걷는 게 더 낫다는 지론을 펴는 주자들도 있었다. 나는 오르막에서도 달렸다.

걷던 달림이들이 내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35킬로미터 이후부터는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제칠 수 있는 데까지 제쳤다.

도우미에게서 받은 시원한 생수를 마시다 나누어주는 달림이가 있었고, 페이스메이킹을 포기한 페메도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풍선은 터뜨렸지만 등에 붙은 4:00 페메 번호판은 뗄 수 없었던 그 페메.

39킬로미터 지점. 지쳤냐고 묻는 말에 그는 겸연쩍은 미소만 날렸다.

 

어둠 속에서는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오르락 내리락 이리저리 좌우로 비틀린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도무지 거리 조절이 되지 않았다.

후반부에 스피드를 올리자는 생각은 버렸다.

LSD로 전환하였다.

보름 후에 있을 철원 DMZ 평화마라톤을 위하여 천천히 달리는 훈련을 한다고 암시하였다.

그렇게 달리고 나니 초전공원의 골인 지점이 눈 앞에 들어왔다.

기다려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생애 44번째 풀코스 완주를 달성하였다.

 

달리는 내내 비를 맞고 물웅덩이에도 몇 번 빠졌지만 발에 물집이 잡히거나 부르트지는 않았다.

사타구니가 쓸리지도 않았다. 허기만 졌다. 달리는 동안 바나나나 수박을 먹기는 했지만 쵸코파이나 파워젤을 볼 수는 없었으니.....

그래도 골인하면 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피치를 올렸던 기억을 해내고 먹거리 부스로 먼저 갔다. 두부김치와 수박화채는 남아 있었지만 국수는 없었다. 풀코스 주자들을 위하여 세이브해 놓아야 했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모두 국수만 찾으니 일찌감치 동이 난 것이었다.

스트레칭하고 옷 갈아입은 후 버스에 올라탔다. 30분쯤 기다리니 서울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2시간 30분 동안은 만석인 관광버스에 끼여 앉아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내 옆에는 대전주주클럽 회원들이 앉아 있었다. 대전월드컵 경기장 앞에서 그들은 내리면서 주로에서 뵙겠다고 했다. 9월 15일 대전마라톤에서 뵐 수 있겠네요 했다. 풀코스 주자가 하프 뛰러 대전까지 오세요라고 물었다. 저 그날이 100번째 하프거든요. 그날 뵈요.

대전팀이 내리고 나니 버스는 10명 남짓으로 줄었다. 등받이를 뒤로 최대한 밀고 편하게 누워서 휴식을 즐겼다. 새벽 3시 40분 덕수궁 앞에 내렸다. 4시 30분까지 종로5가까지 걸어갔다. 710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3년 대구국제마라톤 발렌키 기념 티셔츠

속옷: 착용하지 않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착용하지 않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착용하지 않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달리다 떨어져 나감)

 

 

지역언론의 선두주자 경남일보는 ‘첨단항공산업의 메카’ 사천시와 달림이들의 축제, 제8회 사천노을마라톤대회를 2013년 8월 24일 사천 초전공원에서 개최합니다.
제8회 사천노을마라톤대회는 여름밤과 남해안의 수려한 경관을 벗삼아 시원한 바다의 밤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사천만 해안도로를 달립니다. 5㎞, 10km, 하프, 풀코스까지 초보마라토너뿐만 아니라 기록을 염두에 둔 마라토너들의 여름의 마라톤대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천시와 경남일보가 주최하는 '제8회 사천노을 마라톤대회'에 도민과 마라톤 동호인들의 변함없는 애정과 참여 바랍니다.

2013년 8월 24일(토)
사천초전공원
4개 종목(풀코스, 하프, 10㎞, 5㎞건강달리기)
사천시, 경남일보
경남일보
풀코스(3만원), 하프(3만원), 10㎞(2만5천원), 5㎞(일반 1만5천원, 청소년 1만원)
2013년 5월 6일 ~ 2013년 8월 4일
인터넷 : http://www.sunset.or.kr, FAX: 055)757-0035
사천노을마라톤조직위원회, 055) 751-1085~7

 일자 : 2013년 8월 24일
시 간 내 용 비 고
16:30 ~ 17:00 식 전 행 사  
17:00 ~ 17:30 개 회 식  
17:30 풀 출발  
18:00 하프 출발  
18:20 10Km 출발  
18:35 5Km 출발  

종 목 참가자격 참가비 제한시간
풀코스 18세이상 남녀 30,000원 5시간
하프코스 30,000원 2시간 30분
미니마라톤(10km) 초등학생 이하는
부모동반
25,000원 1시간 30분
건강달리기(5km) 15,000원
(18세이하학생 : 10,000원)
1시간
동호회대항전
(풀/하프 코스 각5명씩
남녀 구분없음)
18세이상,
단체참가자로 신청한자
풀(1인) : 30,000원
하프(1인) : 30,000원
5시간

※ 단체대항전(풀, 하프코스) 참가방법안내

 

- 직장, 단체 또는 동호인 클럽별 5명씩으로 팀 구성(남, 녀 구분없음)
- 사전 신청 팀에 한하며, 별도의 배번호 부여
- 5인이 손을 잡고 동시에 골인시 인정 (단, 5인중 1인이라도 먼저 골인라인을 통과할경우 실격처리됨)
- 단체별 2팀 이상 참가 할 수 있음.
- 출전선수 명단에 오른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뛰거나 출발 또는 레이스 도중 부정행위가 발견될시 해당 팀은 실격 처리함.
- 선수 교체 필요성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 예비주자 2명을 참가 등록 시 함께 신청 할 수 있으며, 선수교체는 이 예비선수 외에는 불가능함.
- 선수교체 시에는 대회 하루 전 까지 노을마라톤 사무국으로 사전 통보하여 확인을 받아야 인정됨---> 변경공지 확인하기
- 종목별(풀/하프코스)참가 신청 팀이 10개 팀 미만일 경우 단체대항전이 취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