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눈매로 웃어주시던 그 모습 더 이상 뵐 기회가 없네요.
2005년 11월부터 잠전초등학교 축구부와 인연을 맺고, 만 3년 동안 함께 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또 8강에서 끝나는 건가요? 그렇게 제가 안타깝게 여쭈었죠?
잠전초등학교 축구부 창단 이후 10년 가까이 늘 4강 문턱에서 좌절했던 일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마침내 징크스가 깨어진 것은 2005년 11월 4일이었죠. 4강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승까지 했던 서울시 협회장배였습니다. 제가 잠전초에 가기 시작한 게 바로 사흘 전이었죠. 2006년 경주대회 우승, 2007년 서울시 맹호기 우승, 2008년 서울시 교육감배 준우승, 추계연맹전 3위..... 2008년 11월 잠전을 떠나게 된 후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저와 맺은 인연을 놓지 않으려 애쓰셨지요.
제가 잠전을 떠나기 직전 몇 달 동안 얼굴을 뵐 수 없었던 일을 기억합니다.
다시 뵙게 되었을 때 병색이 완연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줄담배를 피셨지만 참 건강하셨던 분인데 어느 날 목이 잠겨서 말씀을 제대로 못하시고, 얼굴은 눈에 띠게 핼쓱해져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원래 강한 분이시니 잘 이겨내셨지요. 선수들에게 바로 지시할 수 없어 코치를 통해 작은 목소리로 전달했던 일은 잠시였을 뿐입니다. 2009년 잠전초 앞 식당에서 불고기뚝배기를 나눌 때에는 아주 건강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축구 일선에서 다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지난 해부터는 뵐 기회가 거의 없었지요. 초등학교 때 지도했던 제자가 감독직을 대리 수행하고 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달 전쯤 그 제자와 인사를 나눌 때 선생님의 안부부터 물었습니다.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다시 뵐 줄 알았는데 오늘 감독님 전화로 문자를 받고 말았습니다.
이용광님 별세 2월 25일 04시 빈소-일원동 삼성서울병원 2호실 발인일 27일 딸 이지나 올림
2/25 11:25 am 이용광 잠전감독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보낼 때의 느낌과는 너무 다르네요. 같은 시기를 살았던 몇 살 많은 형님을 보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요? 제가 간직하고 있던 공간 하나가 싹둑 잘려나가 내내 허전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잠전초 잔디운동장 개장식 때 기념 수건을 챙겨주시던 그 따뜻한 마음을 기억합니다. 이제 그 마음을 제 기억으로만 더듬어 내어야 하네요. 이제 더 이상 머리를 맞대고 다음 경기를 고민하거나 즐겁게 식사를 나누거나 할 수 없다는 일이 너무 힘드네요. 언젠가 잠전초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를 놓지 않았는데 이제 제가 잠전초로 돌아갈 일은 더 힘들어졌네요.
안녕히 가세요. 이용광 감독님.
선생님이 창단하시고 키워낸 잠전초등학교 축구부를 죽을 때까지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제게 영어를 배우던 잠전초 축구부 2006년 주전들. 이 선수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선생님께 첫 우승컵을 안겨 준 이 선수들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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