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안 진짜 마라톤을 세 차례 달렸다.
결국 지쳐서 기록이 좋지 않았다.
축구 꿈나무들과 달렸기 때문에 그나마 힘을 내었던 것이지 혼자 있었으면 아주 펭귄처럼 달렸을지도 모른다.
전반과 후반을 비교했을 때 후반이 1분 가량 빨랐기 때문에 레이스 운용은 그런대로 잘한 것같다.
다만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떨어진데다 후반부에 폭발적인 스퍼트를 못했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명칭은 하프마라톤 대회인데 이 대회에서는 하프 코스를 달려본 적이 없다.
2004년 5월 19일 5킬로미터에 처음 출전하여 4등,
2005년 5월 22일 10킬로미터에 출전, 2008년 5월 18일 5킬로미터에 출전하여 4등,
그리고 올해 10킬로미터를 달렸다.
2005년 달렸을 때보다 무려 4분 20초나 늦게 달렸다.
10킬로미터 기준으로 보아도 한 달 전보다는 무려 7분이나 늦었다.
지칠만도 했다.
4월 1일 10킬로,
4월 7일 10킬로,
4월 8일 하프,
4월 15일 FULL,
4월 18일 16.4킬로,
4월 22일 10킬로,
4월 28일 10킬로,
4월 29일 하프,
5월 1일 하프,
5월 6일 하프,
5월 13일 FULL,
5월 19일 오전 하프
5월 19일 오후 7킬로
그나마 4월 21일 대회가 취소되고, 5월 5일 대회에 불참하고도 이 정도이니.....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뉴발스 기념 티셔츠(청색, 신발과 조화를 맞춘 것임)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 RS Alivio 2 블루(10킬로 대회 전용)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JAKO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이번에 10킬로미터 코스가 이례적으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돌아오는 추억의 코스였다.
이 코스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줄곧 한강시민공원으로 달림이들을 내몰았는데 이번만은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코스라
10킬로미터를 선택한 것이었다.
축구꿈나무들의 아버님도 함께 10킬로미터를 달렸다.
이건 사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냥 응원만 하러 오시지 이렇게 같이 달리시는 일은......
평소에 축구 동아리 활동은 하시지만 달리기는 해 본 적이 오래 되어서 다소 걱정되긴 했다.
젊은 시절 풀코스를 한번 달린 적이 있다고 하셨다.
사실 이 경험 때문에 이 아버님은 더 무리하게 된다.
왕년에는 이 정도야....
이 마인드가 사람을 망가뜨린다.
3킬로미터 지점에서 오고 가며 선두 주자와 후미 주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이것도 아버님의 승부욕에 불을 지핀 게 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악착같이 따라가면 나를 잡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빨리 못 달리니까 잡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했다.
하루 전 날 28.0975킬로미터를 달려서 나는 지쳐 있었으니까.....
아이들 네 명이 모두 골인한 후 오래 기다렸다.
11시를 넘겼다. 골인한 지 한 시간이 훌쩍 넘은 것이다. 출발한 지는 두 시간.....
114번째 10킬로미터 대회를 완주한 나로서는 무슨 일이 있지 않고서는 처음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오시지 않을리 없다고 생각했다.
추리했다. 혹시 앰블런스... 가 보았다.
이런! 거기 낯익은 분이 길게 누워 계셨다.
처음에는 의식이 없으신 줄 알았다. 다행히 의식은 있었다.
탈진한 것이었다. 아들과 함께 이대목동병원으로 앰블런스에 실려갔다.
어머님에게는 내가 연락했다.
그로부터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진저리를 쳤다.
마라톤 출발하기에 앞서 아버님은 아이들 물품을 모두 자가용에 실어 놓았다. 내 것도 실어 주겠다는 것을 천천히 몸풀고 물품보관소에 맡기겠다고 했다.
아버님은 자동차 키를 손에 쥐고 달렸는데
골인한 직후 넋이 나가면서 키를 떨어 뜨렸다고 했다.
구급대원들이 아버님을 업고 가면서 키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들과 자동차 키를 찾기 위하여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두 시간 동안 샅샅이 훑었다.
결국 찾지 못하였다.
10킬로미터 마라톤이 맹호CUP 4강전에서 만난 신정과의 시합보다 힘들었는데
10킬로미터 마라톤보다 더 힘든 것이 자동차 키 찾기라고 했다.
자동차 키는 포기해야 했다.
아이들은 마라톤 복장을 하고 집으로 가야 했다.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고 회복한 아버님은 다행히 키를 새로 맞추어 운전해 올 수 있었다.
우리가 대회장을 빠져 나간 뒤 두 시간이 경과한 뒤에.
의사는 다시는 마라톤 뛰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맞지 않은 운동이라고.
맞지 않는 운동이라면 지나친 승부욕을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운동이라고 했을 것이다.
병원치료 받고 공업사 출장차 열쇠 만들고 있습니다. 심려끼쳐드려 조송합니다.(죄송을 조송이라고 썼다)
이런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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