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에 절에 간 일은 거의 없는데, 가더라도 연등 구경하러 간 게 전부였는데 나는 왜 새벽예불에 참가한 것일까?
술마시고 새벽 2시 가까이 되어 들어와 책 좀 읽다가 새벽 3시가 조금 넘어 잠들었다가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일어났다.
피곤해서 그냥 잘까 하다가 악착같이 몸을 일으켜 화계사를 향하여 걸었다.
오르막길이지만 천천히 걸어도 10분 이내 거리라 부담은 없었다.
4시 30분 새벽 예불이 시작하는 시간에 화계사 대적광전에 들어섰다.
신도들이 꽤 있었다.
스님 열 네 분이 불상 앞에 나란히 도열해서 예불을 시작했다.
아는 게 없으니 신도들이 하는대로 따라했다. 합장하면 합장하고, 큰절하면 큰절하고......
무릎꿇고 앉는 것은 견딜만 한데 양반다리는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다리를 모아 달리는 훈련에 매진해서 그런지 양반다리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외국인처럼 행동했다.
어린 시절 가부좌하고 단전호흡도 했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차라리 일어나서 절하는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반야심경, 천수경 독송 전후는 모두 생소했다. 화계사에서 간행한 법요집을 참고했다.
천수경 가운데 '신묘장구대다라니'는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하는데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석가모니불'만 수십, 아니 수백번을 반복하는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언제 끝나나요 물어볼 수도 없고 해서 마냥 듣고만 있다가 자리를 빠져나왔다. 깜깜할 때 들어왔지만 나올 때는 환했다.
집 앞 도로에 화계사 연등이 달려 있다. 매년 석가탄신일 전후에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불켜진 연등을 따라 오르막길을 걷는다.
화계사 일주문이 보인다.
화계사 경내에서 흘러나온 연등의 불빛이 사람을 반긴다.
새벽인데 자가용들이 꽤 와 있었다.
새벽예불이 새벽 4시 30분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머리에 수건을 얹고 종을 치는 스님이 있었다.
화계천 물소리, 북한산 바람소리를 모두 잠재우는 화계사 종소리......
대적광전 앞 마당에는 연등이 색깔별로 달려 있었다.
주차장을 내려다 보니 연등이 마당을 가리고 있었다.
대적광전 내부.... 예불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새벽 예불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나와 보니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새벽 5시 27분경이다.
대적광전 안에서는 예불이 이어지고 있다.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귀가하여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까.
대웅전 앞 마당에도 연등이 줄을 섰다.
조형물이다. 처음에는 살아 있는 줄 알고 아주 잠깐 놀랐다.
식사 테이블
배식하는 곳. 새벽 5시 30분경에 배식할리는 없다.
돌아오는 길에 돌아보니 화계사 이르는 길에 노점상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낮부터 비가 내려 예년만큼의 대목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세탈님이 주신 선물을 여기 내어놓고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일요일 피로가 쌓인데다 월요일에서 화요일 사이 1시간도 채 자지 못해서 내내 힘든 석가탄신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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