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 나가 하프 종목에 참가하고 싶었다. 훈련이 부족해서 어떻게든 20킬로미터 이상은 달려야 했다. 하지만 너무 지쳐 있어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날 길이 없었다. 출발할 시간을 넘겨 버렸다. 한 시간 늦추어 8시에라도 출발하여 12일 연속 풀코스 완주하는 특전사님을 응원하며 체중 감량도 하고 싶었는데 그 시간마저 맞출 수 없게 되었다.
집안일을 하다가 여의도이벤트광장으로 갔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을 22킬로미터 달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성산대교, 가양대교, 방화대교 방향으로 달려갔다 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지난 겨울과 여름의 선택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6월 11일 김대중노벨평화마라톤코스를 되밟아가는 셈이었다. 아에드 한 병, 파워젤 두 개, BCCA 한 개를 챙겼다. 파워젤 한 개는 미리 먹었다. 아세탈님과 로운리맨님의 선물을 대회 때에는 먹지 않고 훈련 때 먹고 있는 셈. 배낭을 메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달렸다. 옷도 신발도 무거운데 살집이 느껴져 조금 힘들었다. 4킬로미터를 넘긴 후에야 스피드가 붙었다. 나는 늘 슬로우 스타터일 수밖에 없는 듯.
성산대교를 거쳐 가양대교, 마곡대교까지 나아갔다. 11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날 때까지 맞바람에 시달렸다.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가 내린 후 쌀쌀한 날씨라 달리기는 좋았다. 앞으로 마라톤 대회 날씨가 꾸준히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아득히 멀게 느껴졌던 반환점에서 BCAA를 먹었다. 11킬로미터를 달려왔으니 또다시 11킬로미터를 달려가야 하는 일. 12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저 멀리 63빌딩이 보였다. 그 앞에 LG쌍둥이빌딩도 보였다. 63빌딩까지는 못가더라도 LG쌍둥이빌딩은 지나가야 한다. 올 때 보다는 갈 때 빨리 달렸다. 반환하기 전에 사진을 충분히 찍었으니 멈뛰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나는 몇 분 페이스로 달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14킬로미터~15킬로미터 구간을 달리는 동안 1킬로미터 기록을 체크해 보았다. 4분 40초가 나왔다. 내 복장과 차림으로 보았을 때 예상외로 빠른 페이스였다. 10킬로미터 이상 달려 완전히 몸이 풀렸기에 가능한 페이스였으리라. 주말에 비하여 한산한 주로를 달리니 편했다. 쓸쓸한 느낌은 가을과 함께 몹시 강해졌지만.
마침내 여의도이벤트광장으로 돌아왔다. 10킬로미터 쯤 더 달려야 운동을 했다는 마음이 들 것같기는 한데 당초 계획했던 만큼만 달리고 훈련을 끝내기로 했다. 팔굽혀펴기를 나이보다 몇 개 더 한 다음 지하철 물품보관함에서 집을 찾았다. 1200원이 들었다. 여의도안내센터 샤워장으로 갔다. 작업을 마친 사람들 세 명이 더 들어와 비좁은 샤워장이 되고 말았다. 부랴부랴 샤워를 마치고 양말도 신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22킬로미터나 달렸지만 옆구리살은 그대로였다. 제 때 밥을 먹지 않고 폭식하는 스타일이니 힘들 수밖에 없다. 전날도 만두 한 봉지를 다 먹었다. 꽁꽁 얼어붙어 통째로 찜기에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밤에는 밥을 추가하여 돈까스까지 먹었다. 밥이 공짜로 추가된다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밥을 추가했다. 옆구리 살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식생활 패턴이다. 돌아오는 일요일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벌받을 거야. 체중관리를 하지 않으면......
여의나루역 물품보관함.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빈 칸이 그리 많지 않았다. 2번 물품보관함 에러가 자꾸 나서 7번 보관함으로 옮겼다.
비구름이 걷히지 않은 여의도 이벤트광장
배낭에 넣어서 달릴 품목을 꺼내놓아 확인했다.
로운리맨님이 주신 BCAA, 아세탈님이 주신 에너지젤 두 포, 아에드 한 병을 챙겼다. 에너지젤 하나는 출발하기 전에 먹었다.
요즘 전동휠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
이 곳에서 성산대교 방향으로 달리기로 한다.
돌아오는 일요일 이곳에서 대회가 열리나 보다.
늘 지나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던 곳이다.
잡초 깍기를 한 흔적
잡초를 깍고 있다. 지나갈 때는 혹시 파편이 날아올까봐 눈을 가리면서 조심했다.
찰리 채플린 그림이 있다. '웃음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했던 미세스 다웃파이어.....
나뭇잎이 물들고 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가을꽃이 풍성하다.
원두막에 앉아서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비가 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청소 차량을 따라가기도 하고.....
성산대교를 지나기 직전. 달린 거리가 5킬로미터 모자라게......
대회 때에는 아래쪽에서 달리지만 오늘은 보행로를 따라 달린다.
언젠가 이 위로 다리가 가로놓이겠지.
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꽃 구경하면서 달리는 재미도 있다.
8킬로미터에서 9킬로미터 사이 가양대교가 앞에 있다.
열심히 훈련하는 러너가 있었다. 대회 복장이나 다름없다. 나는 단 한번도 저런 복장으로 훈련해 본 적이 없다. 여름에도 칠부바지를 입고, 배낭을 메고......
대회 때에도 저렇게 민소매를 입은 일이 거의 없다.
마곡대교가 눈 앞에.... 한 때 마곡철교라고 불리지 않았나.
뒤돌아보기도 하고
드디어 11킬로미터 지점에 도착했다.
하프를 달릴 수도 있겠지만 반환점 표시가 없어 정확하게 11킬로미터 지점까지 와서 22킬로미터를 달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여기서 BCAA를 섭취한다.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고 싶다. 더 가고는 싶지만.... 이제 돌아가야 한다.
또 한번의 11킬로미터를 향하여......
다리와 산
마곡대교를 다시 지나며
11킬로미터 전방에 63빌딩이 보인다. 그 앞으로 LG쌍둥이빌딩도 보이고.....
안양천과 한강 합류지점에 왔다. 6킬로미터 남짓 남았다는 뜻.
다리를 건넌다.
오른편으로 안양천이다.
낚시하는 사람도 있고..... 담배 피는 사람이 있어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숨을 멈추고 전력질주했다.
63빌딩이 정말 가까워졌다.
GS25 편의점이 한강시민공원에 많아졌다.
3킬로미터 남짓 남았다.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20킬로미터를 달렸다.
수소전기자동차 안내소가 있었는데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정말 다 왔다.
배달존 구경을 잠깐 하고......
마침내 22킬로미터 달리기 끝.
돌아올 때의 기준이 되어 준 63빌딩
물품보관함으로 되돌아와....
2시간을 조금 넘겼으니 1200원을 내야 한다.
여의도 안내센터 샤워장에서 샤워를 마치고......
흐렸던 날씨가 어느새 맑아졌다.
CU 편의점에서 3600원짜리 간장불고기 도시락을 사 먹었다.
괜찮았다.
포상콜라는 여의나루역 세븐 일레븐에서 샀다.
돌아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렀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이 불티나게 팔려서 <남아있는 나날>은 재고가 없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소개해 놓았다. 이미 7편의 작품이 국내 출간된 작가이다. 노벨상을 수상하면 부지런히 번역 작업에 착수하던 전례와 달리.....
<파묻힌 거인>과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도 읽어봐야겠다.
화제의 책도 소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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