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굴비를 확보했을 때는 너무 말라 비틀어져 있어서 어째 이런 게 음식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요리 방법을 알고 보니 최고의 반찬이 될 수 있는 굴비였다. 보리굴비라고.
냉동실을 뒤지다가 보리굴비 다섯 마리를 찾아내었다.
쌀뜨물에 반나절을 담아 놓았다.
몇 마리는 부드럽게 변했지만 몇 마리는 여전히 딱딱하였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건져낸 뒤 비늘을 벗겨주고 꼬리와 지느러미를 잘라낸 다음 30분 동안 쪄주었다. 찜기로 최대 찔 수 있는 마리가 세 마리라 두 번이나 쪄야 했다.
찌는 일만 해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냄새가 꽤 났다. 마당에서 조리했기에 망정이지 주방에서 이 일을 했다간 집 안에 냄새가 심하게 배였을 것이다.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내는 수고까지 해야 보리굴비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짰지만 최고의 밥도둑이 탄생한 것이다.
냉동실에서 찾아낸 보리굴비 다섯 마리를 일단 해동하였다.
쌀뜨물에 반나절 동안 담가 두었다. 쌀뜨물을 얻느라 일부러 밥을 해야 했다.
몇 시간이 흐르자 물이 누렇게 변한다.
비늘을 긁어낸다.
꼬리와 지느러미를 잘랐다.
찜기에 올려 놓았다.
불을 피우고 30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읽었다.
30분 동안 찌니 굴비의 색깔이 바뀌었다.
식힌다. 가운데 녀석은 너무 말라 있어서 쪄도 좀처럼 부풀어 오르질 않았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발라낸 보리굴비 살
보리굴비의 해체
세 마리에서 나온 살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남은 두 마리를 또 찌기 시작한다. 바람을 막기 위하여 종이 박스와 재활용 수거 비닐봉지도 세웠다.
이 굴비는 쌀뜨물에 몇 시간 더 두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찌고 나면 이렇게 누런 물이 생긴다.
다섯 마리를 해체한 결과
풀코스를 달린 것처럼 힘든 작업이라서 아에절을 먹어야 했다.
보리굴비 살을 넣은 찹쌀밥을 싸서 나갔다. (2017/07/15)
백미에 짭짤한 보리굴비 살점이 하나씩 씹힐 때마다 좋았다. 반찬이 따로 필요없었다.
밥버거 형태로 도시락을 싸는 게 취미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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