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 단상(斷想)

버프(buff) 분실

HoonzK 2016. 9. 6. 00:11

버프(buff)를 잃어버렸다.

풍기인삼갈비집에 들렀을 때 팔목에 두르고 있던 버프를 풀어 놓았다.

그런데 그 버프를 들고 나오지 않았다.

버프가 없다는 사실을 1시간이 넘은 후에야 알았다.

 

밥먹을 때 거추장스러워 오른쪽에 풀어 놓고 다시 챙기지 않았던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버프, 또는 멀티스카프는 스무 장이 넘게 갖고 있지만 내가 잃어버린 버프는 내 생애 첫 버프였기 때문에 너무 아까웠다.

2004년 Korea Adventure Race 46킬로미터 부문에 출전 신청을 하고 대회 주최한 매장에 가서 버프를 처음 소개받고 구입했다.

대한민국 1호 오지레이서가 된 유지성씨가 내게 다양한 기능을 보여주며 혼을 빼어놓았던 제품.

유지성씨는 내게 울트라마라톤에 어울릴 것같다고 말하며 250킬로미터 사막 마라톤에 꼭 출전해 보기를 권유했었다.

버프와 울트라마라톤용 배낭을 소개하면서.....

 

그 버프를 잃어 버리다니......

13년간 추억이 담긴 버프였는데 하필이면 그 버프를 잃어버린담.

싸구려가 넘치는데 왜 가장 비싸고 가장 오랜 추억이 깃든 버프를 잃어버린담. 한심하다.

풍기인삼갈비 백반을 얼마나 많이 먹었기에 오른쪽에 풀어놓은 버프를 놓고 나온담.

가방을 차에 실어놓은 것이 문제였다.

가방이 있었다면 팔에서 풀어낸 버프를 가방에 넣었을 것이다.

분실 방지를 위하여 늘 버프를 풀면 가방에 넣는 게 습관이었다.

그런데 2016년 9월 4일 저녁 한번 방심한 게 피할 수 없는 결과를 남겼다.

찾을 수는 없겠지. 빨리 잊어 버리는 수밖에.....

 

 

 

 

 

 

버프는 흘러 넘친다. 밀레, 블랙야크, K2코리아, 내셔널지오그래픽..... 하지만 잃어버린 오리지널 버프가 몹시 생각난다.

매년 여름 내 팔목에 감겨 있거나 겨울 마라톤할 때 내 목에 걸려 있던 버프.....

 

 

목에 두르고 있던 버프, 그 버프를 이제 다시는 못 두르나......

 

 

그로부터 일주일 후 길에서 누가 떨어뜨린 버프를 본다. 하지만 건드리지 않았다.

 

 

'소품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균 ATB 멀티프(Multif)  (0) 2016.09.18
버프+배낭 > 버프+자켓  (0) 2016.09.17
터키에서 온 과자  (0) 2016.07.07
수원삼성 블루윙즈 다이어리 外  (0) 2016.05.20
테이블 메이트   (0)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