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299회 대구금호강 마라톤(2013/02/23)-HALF

HoonzK 2013. 3. 2. 18:02

대구에서 올라오기 전에 고민했다.

굳이 마라톤 대회장에 찾아가 현장접수하고 달려야 하나?

몸도 피곤하여 입술이 터지기까지 했고, 계속 자고만 싶어지는데.....

나같이 대회 기념품에 혈안이 된 사람이 기념품도 없이 마라톤 메달과 기록증만 주는 대회에 2만원 불쑥 내밀고 번호표를 받아 달려야 하는가?

이 대회도 공원사랑마라톤대회처럼 풀코스 횟수 채우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마운 대회이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대회.

서울, 양평에도 있지만 대구에도 있다.

지난해 3월 10일 222회 대회 때 참가한 적이 있다.

다음 주 풀코스를 위하여 연습주 개념으로 달리기로 했다.

 

동대구역 물품 보관함에 카메라를 비롯한 짐을 넣어 놓고 동촌역으로 갔다.

쓸쓸한 분위기의 대회장.

원래 자리에서 몇 백미터 멀어졌다. 원래 대회 장소가 공사중이라.

2만원을 불쑥 내밀었다.

-하프 달리려고요.

-전에도 오신 적이 있지요?

-네. 맞아요.

-뵌 것같네요.

이태재 회장님, 기억력이 좋거나, 내 얼굴이 시중에 자주 떠도는 용모이거나.

 

여유는 없었다. 스트레칭도 여의치 않았지만 9시 정각 출발이 아니라 9시 5분 출발이라 숨통은 트였다.

풀코스 주자들은 8시에 출발하였으니 부지런히 달리고 있었다.

30킬로미터,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주자들과 뒤엉켜 함께 출발하였다.

천천히 달렸다.

함께 출발한 주자들 대부분이 내 앞에서 달렸다.

더웠다. 금호강에 이는 바람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 바람 어디 갔는가?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 달리는 10킬로미터 참가자가 부러웠다.

하프는 코스를 두 번 왕복하는 것이니 돌아왔을 때 바지와 티셔츠를 벗어 물품보관봉투에 넣어두어야지.

하지만.... 돌아올 때에는 엄청난 맞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츄리닝 입고 옷 한 벌 더 입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 때는 덥고 올 때는 춥고.....

갈 때 춥고 올 때 더워야 최고인데.....

갈 때는 등바람, 올 때는 맞바람....

갈 때 맞바람, 올 때는 밀어주는 바람이랴야 최고인데.....

쓸쓸하게 달렸다.

뭐, 그러려고 나온 대회이니까.

이틀 전 새벽 일어나 아침식사와 바꾸어 버린 훈련을 기억했다.

대구시민운동장 트랙으로 가서 나 홀로 대회를 하지 않았던가?

400미터 트랙 12바퀴 반 5천미터 달리기 대회.

5.274킬로미터까지 갔다가 오는 대회. 급수대는 5킬로미터 지점에만 있었다.

출발점과 5킬로미터 지점에만 급수대가 있으면 되니 인력이 적게 드는 대회였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거리 이정표가 킬로미터마다 설치되어 있다는 것.

 

두번째 들어올 때 손을 크게 흔들어 신호를 보내었다.

하프 주자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태재 회장은 내 기록을 불러주었다.

16킬로미터 지점 통과할 때 1시간 20분대 후반이었으니 잔여 5.1킬로미터를 22분 후반대로 달린 셈이었다.

맞바람 속에서도 고생했구나.

그다지 좋은 기록은 아니었지만 하프 1위였다.

고수들이 다 어디로 갔구나.

10킬로미터를 39분 24초에 달리고 들어와 쉬고 있던 김용환씨는 주로에서 날 보았다며 잘 달리더라고 칭찬해 주었다.

이태재 회장도 이런 날씨를 감안했을 때 기록이 좋은 편이라고 평하였다.

-저는 대구는 이렇게 춥지 않을 줄 알았어요.

-어디서 오셨는데얘?

-저는 서울에서 왔어요.

-참말로요. 서울에서 얘까지 오셨어예?

-다른 일로 온 김에 달렸지요. 지난 해보다 잘 달렸어요.

 

88번째 하프마라톤 대회 완주.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05년 서울마라톤 기념 티셔츠

속옷: 2011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디다스 츄리닝 바지(안에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밀레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