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킬로미터까지만 달리면 된다.
왜?
40킬로미터 이후 2.195킬로미터는 신의 영역이니까.
신이 알아서 결승선까지 나를 옮겨줄테니.
지독하게 힘들 때에도 2.195킬로미터 기록은 빨랐다.
35킬로미터 이후에는 늘 강했다.
왜?
나는 늘 그랬으니까.
40킬로미터와 35킬로미터.
이번에는 그 숫자를 믿기가 힘들었다.
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 풀코스는 내내 사람을 힘들게 하였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보다 1분 쯤 빨리 출발해 놓고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것은 1분의 페널티를 받고 달리는 셈이었다.
골인할 때 함께 들어가더라도 나는 4시간 이내의 기록을 세울 수 없다.
왜 이리 힘들까?
나는 지나치게 뚱뚱해졌다. 그런 몸을 끌고 풀코스를 달린다는 일은 살인행위이다.
이틀 동안 코감기에 시달려가며 대구 강변축구장에 나가 있었다. 담배 연기는 얼마나 자주 맡았던가?
몸을 혹사하다 보니 마라톤 대회 전날에는 온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피곤하면 잠이라도 잘 와야 할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간밤에는 제발 좀 자라고 달래고 또 달랬다.
동작대교 방향 도로 눈이 녹지를 않아 코스가 바뀌면서 화장실이 부족해졌다.
날씨는 싸늘하고 화장실은 나오지 않으니 17킬로미터까지 버티어야 했다. 노상방뇨도 여의치 않은 것이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었다.
용감한 남자들이야 이따금 보거나 말거나 뒤로 돌아 오줌 줄기를 뽑아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코스가 좁았고,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았다. 노상방뇨를 했다간 소변이 다른 사람 몸에 튈 정도였다.
어떻게든 해결을 했지만 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를 신은 것도 문제였다. 눈녹은 물 때문에 바닥에 통풍구가 없는 러닝화를 선택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젤라이튼은 하프 정도를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풀코스를 달리기에는 버거운 운동화였다.
주로에서는 32.195킬로미터 주자들과 뒤엉키다 보니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제1회 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에 나갈 때에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는데 2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로는 독보적인 대회로 성장하였다. 지난 해 춘천마라톤에서 만난 대전의 이로운씨를 다시 만날 정도였으니까. 이번에는 내 전화번호까지 저장해 갔다.
21킬로미터쯤 달렸나?
내 앞에 여성분 등에 적힌 영어문구가 벼락같이 뇌리에 각인되었다.
Someone is in a tougher race than you right now.
누군가는 지금 이순간 당신보다 힘들게 달리고 있다.
그렇지. 그들보다는 나은 거야. 4시간 페메를 꾸준히 따라붙었다.
3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변함없었다. 악착같이 페이스를 지켰다.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달렸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 박연익 페메를 추월하여 초반의 페널티를 만회하기 위하여 애썼다.
35킬로미터 지점을 지나서 나를 추월한 두 명의 주자가 있었다.
35킬로미터가 지나서 나를 추월하다니 그만큼 내가 힘들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36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고, 나머지 한 사람은 41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다.
그러니 역시 35킬로미터 이후에는 추월을 허용한 적이 없게 되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08년 스포츠서울 마라톤 리복 기념 티셔츠
속옷: 리복 기념 티셔츠(어떤 대회 기념품인지 파악중)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밀레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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