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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의 객

HoonzK 2016. 6. 16. 22:49

2016년 5월 1일 문자를 받는다.

 

삼겹살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19:43

 -어제 드셨잖아요?

아뇨. 픽업하러 갈게요

 -2시간 동안 생각 좀 해보고요. 그런데 돈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두시간 동안 폰만 쳐다보고 있겠습니다.

 -저는 마라톤에 축구시합 **에 이제야 PC앞에 앉았어요. 샤워도 못하고

 

수고하셨습니다.

한시간 오십 오분 남았습니다. 19:51

 

1시간 50분 남았습니다. 19:56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20:49

왜요

 -너무 힘들어요.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전혀 쉬질 못해서요

픽업 간다니깐요 ㅠㅠ

 -돌아올 때 전 죽어요

한잔 하시면 피로가 싹~ 핫식스 사드릴게요

 -그냥 다음에 뵈요. 제 상태가 정말 안 좋아요. 22:14

네, 푹 쉬세요 22:15

 

그리고 5월 24일 카톡.

 

오늘 바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식사나 하자고요

 -모르겠네요

 

이 분과 그 이후 몇 차례 통화는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6월 4일 내가 전화를 걸었고 6월 중순경 만나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분과 식사를 하지 못했다.

 

6월 12일 얼굴을 볼까 했는데 볼 수 없었다.

6월 15일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풀코스를 달리고 났으니 극도로 피곤해 있었다.

일찍 자려고 준비하는데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이 분의 후배가 이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목을 매셨다고 했다.

 

그 분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 사이트에 부고를 올리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상주가 없다 보니 허망하기만 했다. 영정 사진 앞에 술을 올리며 이게 무슨 일이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물어보는데 망자의 대답이 있을리 없었다.

향에 불이 잘 붙지 않아 왜 이러지 하는 생각도 했다.

 

후배에게 유서를 남겼다.

 

어차피 죽기 마련이니 먼저 간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애써 살아보려고 했으나 결국 죽음밖에 없는 것같다. 시신은 의과대학에 기증하기로 했다. 무연고자 처리하고 장례같은 거 하지 마라. 삶의 무거운 짐을 벗고 無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다. 너무 서운해 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물어보고 싶어 그 분에게 전화를 거는 터무니없는 행동도 하였다.

그동안 주고 받았던 문자와 카톡을 들락날락하였다. 그 분이 남긴 카페에도 접속하고, 카카오스토리도 살폈다.

카스 친구가 그렇게 많은데 이 분은 결국 혈혈단신이었구나.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갖고 있던 물품을 하나씩 팔고 있었던 것은 기억한다.

노스페이스 자켓을 팔고, 오토바이도 팔았다. 휴대용 의자까지 팔았다. 돈이 되는 것은 모조리 내다 팔았다.

하지만 힘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준비하는 일이 있다고 밝게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선택은 무엇인가? 갈 때 가더라도 전화 한 통화, 쪽지 하나를 못 하는가?

나와 알고 지냈던 지난 10년 세월에 남길 말 하나 없었던가?

날벼락같은 이 상황.

 

이 분과 식사한 자리.... 지난 4월 5일. 그리고 4월 30일 동명초등학교에서 잠깐 뵙고는 보지 못했다. 살아 생전 이 분과 다시 보지 못한다.

이 곳에 다시 가지는 못하리라. 아니, 이 분이 생각날 때 이 곳을 찾아 고기를 먹으며 술을 따라 앞에 놓을까?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