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주웠다.
바람은 세고 빗줄기는 굵으니 제법 큰 휴대폰이었는데도 떨어뜨린 것을 주인은 감지하지 못했나 보다.
배터리는 거의 바닥이라 전화는 걸려 오는데 받아도 수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세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1. 대리점에 갖다 주는 방법(하책)
2. 경찰서에 갖다 주는 방법(중책)
3. 집에 갖고 가 배터리 충전하면서 주인을 기다리는 방법(상책)
충전하니 바로 스마트폰이 환해졌다.
그리고 통화가 되었다. 하지만 그쪽은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내 전화로 걸었다.
그 사람 어디로 가면 되느냐? 얼마 드리면 되느냐고 물었다.
허허허.
15분 뒤면 도착한다고 했다. 하지만 물건의 주인을 만나기까지는 20분이 넘게 걸렸다.
폭우 속에서 우산을 받치고 서서 꽤 젖었다.
내 모습에 대하여 묘사했다.
빨간색 자켓 검정색 츄리닝 바지 흰색 캡 검은 우산-저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도착하자마자 전화부터했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얻어 먹었다. 다 마시지 못했다.
이것이 내 수고에 대하여 보상인가? 모르겠다.
몇일 후 식사 한번 하자고 하는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갑도 찾아주고 휴대폰도 찾아주었지만 주인들은 나란 존재를 금방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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