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장소에서의 달리기는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에 사고 싶었던 책이 있었다. 김원우의 소설 <운미회상록>, 어찌 이렇게 소설을 만연체로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곁에 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 구입을 벼르고 있던 책이었다. 두 권 양장본이 너무 비싸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저렴한 가격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부천에 도착하기 전에 팔려 버리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동선을 짰다.
일단 여의도 이벤트광장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하고, 신도림역까지 달린다. 그 다음에 인천행 1호선을 타고 부천역까지 간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신도림역까지 달려가는 것만 해도 12킬로미터 이상이니 제법 운동이 될 것같았다.
더 오래 달릴 수도 있지만 혹시 3월 1일 풀코스를 달리게 될 수도 있으니 15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는 일은 자제해야 했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출발하여 한강을 따라 6킬로미터 남짓 달리다 안양천에 접어들고 도림천을 만나면 신도림역 앞에서 달리기를 멈춘 후 팔굽혀펴기 하는 계획을 그대로 진행시켰다. 신도림역 화장실에서 젖은 옷을 갈아 입었고,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에서는 <운미회상록> 1권과 2권을 구입했다. 거기에 늘 사고 싶었던 <War Trash>도 샀다. 책 상태가 제목처럼 trash였지만 그냥 샀다. 생선백반정식으로 요기하고 귀가했다. 밥할 일만 아니면 대한극장에 가서 2월 무료관람권을 쓰고 싶었는데....
보르헤스 전집 1권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읽으며 이동했다.
20세기 후반 서구의 본체를 결정짓는 패러다임, 기호학, 상호 텍스트성, 해체주의, 환상적 사실주의, 독자반응 이론, 마술적 사실주의, 후기 구조주의, 포스트 모더니즘 같은 세계가 보르헤스로부터 나왔는데 그 소설 세계의 초석을 쌓은 작품이다. 내용은 세계 도처에서 악명 높았던 여러 불한당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국, 일본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영화의 컷처럼 극도로 단편적인 구성이다. 일일이 서술하지 않고도 추론하게 하는 생략의 글쓰기는 배워야 할 점이다. 쓰지 않으면서 쓴 효과를 내는 글쓰기, 얼마나 힘든가?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내용부터 작품 해설까지 모조리 읽었다. 1994년 초판이 나오고 30쇄를 거듭한 책이다. 이제 판형을 예쁘게 바꿨으면 어떨까 싶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이다.
25리터 배낭에 갈아입을 옷, 바꿔 쓸 모자, 아에초코 마지막 병을 준비해서.....
이번에는 모두 지고 달려야 한다. 돌아오지 않을테니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할 수 없다.
0킬로미터 지점에서 달리는데 스트레칭을 미리 잘해 주었다.
꽁꽁 얼었던 한강이 어느새 다 녹았다.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GS25에 들러 요기하기로 했다.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이 없어서 베이컨 감자볶음밥으로.....
전국에 몇 개 없다는 라면조리기가 이 매장에는 있네....
삼각김밥 포장을 벗기기가 무섭게 비둘기 떼가 몰려왔다. 어떤 녀석은 날아오르기까지 했다.
날개달린 쥐들은 사람이 없으면 못 살 것이다.
4킬로미터 남짓 달리고.....
삼각김밥을 먹었지만 양이 적어서 달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신경쓰이는 것은 발바닥 통증인데 조금 달리다 보니 그것도 견딜만 했다.
GS25 한강 양화4호점은 재정비중
성산대교다. 5킬로미터 가까이 달렸다는 뜻
월드컵대교 공사는 한창 진행중
한강에 갈매기가 있다는 사실
안양천과 한강 합수부에 도달했다. 6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다는 의미이다.
신정교까지 달려가 도림천쪽으로 꺽으면 된다.
안양천에도 갈매기가 있는데 민물 가마우지도 있었다. 민물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입에 물자 갈매기가 공격했다. 가마우지는 물 속으로 잠수했다. 몇 미터 쯤 이동한 곳에서 가마우지가 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는데 물고기 꼬리쪽만 부리에 걸려 있었다. 갈매기가 다시 다가오자 재빨리 움직이면서 제 몸 속으로 물고기를 완전히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유유하게 헤엄쳤다. 내 뱃 속에 들어간 물고기를 네가 어떻게 하겠느냐는 듯이.....
안양천 다리는 공사중
여의도에서 8킬로미터 쯤 달리면 목동교를 만난다. 제법 땀이 난 상태....
양평1동 주민들이 대보름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불을 붙이면 볼만 하겠다.
여의도에서 9킬로미터 달리면 만나게 되는 오목교이다.
화장실이 보이는 지점이 10.55킬로미터, 하프 반환 지점이다.
흐릿하지만 반환점 표식을 찾을 수 있다.
도림천이다.
이 부근에서 담배 연기를 진탕 마시는 불운을 당했다. 11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인데......
구로구 리틀야구단이 훈련중이었다.
도림천변을 따라 달리며 달리기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도림천은 아직 부분 부분 얼어 있다.
건너편..... 공원사랑 마라톤 출발점이 보인다.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빌리 엘리어트>는 이번에도 보지 못할 확률이 99%이다.
전철을 타고 이동하며 배낭에 넣어두었던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다시 읽는다.
독서는 집중력을 기르는 최고의 훈련이다. 무슨 내용이었느냐고 물어봤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독서는 일단 성공한 셈.
비평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에 왔다.
원서 서가
오랜만에 들렀지만 구입할 만한 원서는 별로 없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샀기 때문이겠지....
구입하려다 말았다.
필리파 그레고리의 책은 이미 열 권 쯤 있는데 이 책까지 감당하기는 힘들 것같아 구입을 미루었다.
이렇게 세 권만 샀다.
역사소설을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끼면서 읽었던 책인데 곁에 두고 늘 읽고 싶어 구입했다.
완전히 새 책이나 다름없었다.
18000원 짜리 책을 7200원씩에 샀다. 알라딘 중고서점 동탄점을 비롯한 다른 서점에서는 9천원 또는 그 이상인데.....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인데..... 중공군이 주인공이다. 정말 흥미진진하다. 청수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적이 있었는데 소장하고 싶어 구입을 벼르고 있었다.
한번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부천점에 가서 이 책을 본 것은 정말 우연이다. 낡았지만 5천원이라 샀다.
부천역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 가서 오후 3시경 늦은 점심을 먹었다.
5천원 백반정식이다.
밥을 먹고 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시 들러 이 책 저 책 보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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