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마당에서 책을 읽다(2020/06/27)

HoonzK 2020. 7. 2. 21:32

오후가 되면 평상이 놓인 자리에 그늘이 진다.

그 앞에 접이식 테이블을 펼쳐 놓고 책을 읽으면 자연을 벗삼아 사는 느낌이 난다.

이런 호사는 늦봄과 초여름, 초가을에만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책을 읽다가 집으로 피신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집 맞은편에 가게가 오픈하면서 주기적으로 담배 냄새가 마당으로 쳐들어 왔다.

가게의 젊은 사장은 애연가인데 우리집 앞 골목길에 나와 담배를 피운다. 그것도 1시간이 멀다 하고 나와 담배를 입에 문다. 나 자신이 워낙 담배 냄새를 잘 맡는 게 이럴 때는 정말 싫다. 담배 냄새는 여지없이 독서의 맥을 끊어 놓으니 마당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은 사라진 지 오래다.

모처럼 6월의 마지막 토요일 마당에 테이블을 펴고 책을 읽었다. 담배 냄새가 나면 피신했다가 담배 냄새가 사라지면 나와서 책을 읽었다. 게릴라식 책 읽기를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어쨌든 열심히 읽은 결과 매우 오래 걸릴 줄 알았던 1천 쪽이 넘는 <웃는 남자> 합본을 마침내 다 읽었다. 중요 대목을 기록하고 간단하게 독후감도 썼다.

도서 대출 기한이 7월 31일까지 늘어났지만 다음 날 반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늘이 드리워진 마당에 테이블을 편 뒤 책을 읽는다.
평상과 테이블이 내 앉은 키에 잘 맞는다.
얼음 콜라가 책 옆에 대기중이다.
완독 직전이다. 어느새 콜라는 다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