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주변을 맴돌며(2017/09/19)
병원에 가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는데 지난 해 11월부터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드나든다.
9월 19일 오후 3시부터 9시가 넘도록 병원 응급실을 들락날락하였다.
6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비상 대기 상태로 근처의 하이마트 수유점에도 갔다 오고 교보문고 수유점에도 들르고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역점에도 앉았다가 나왔다. 급격히 우울해져서 점심을 먹다가 말았는데 사람이라는 게 허기를 이겨낼 수 없어서 역전우동에 가서 덮밥을 먹고 나와야 했다.
병원에 온 지 4시간이 흘렀다. 기다림에 지쳐 병원 후문으로 들어서는데 들것이 나오고 있었다. 들것에 실린 것은 환자가 아니었다. 깔끔한 천으로 얼굴까지 덮인 시신이었다.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할머니 한 분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벽쪽으로 붙어섰다. 나와의 거리는 불과 1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비닐봉투에 담긴 영정 사진을 안고 망자를 뒤따르고 있었다. 비닐봉투 사이로 밝은 표정의 할머니 사진이 보였다.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나처럼 멍한 느낌일까?
결국 언젠가 다들 죽기 마련이지만 죽을 때까지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다.
내가 없으면 우리 집은 어떻게 될까......
병원을 벗어나려면 아직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아픈 사람...... 어쨌든 살기 위하여 병원에 온다는 사실, 죽기까지는 살기 위하여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뇌이고 또 되뇌이며.....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에서......
역전우동에서 요기를 하고......
병원 주위에서 맴돌았다.
오전에는 약을 타러 병원까지 뛰어갔다 와야 했고, 오후에는 병원 주변을 맴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