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기 나오코-마라톤 1년차, 2년차
다카기 나오코 글 그림
윤지은 옮김
(주) 살림출판사
마라톤 1년차: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2014.10.24 초판 1쇄
마라톤 2년차: 들썩들썩 근질근질 읽으면 달리고 싶어지는 2016. 4. 25 초판 2쇄
맥도날드에서 읽기도 했다. (2017/07/26)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다카기 나오코는 2008년 봄 마라톤 중계 방송-도쿄 마라톤일 것이다-을 보고 갑자기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을 해 본 일이 거의 없던 이 젊은 여성의 풀코스 마라톤 도전기를 만화로 볼 수 있는 것이 '마라톤 1년차'이다.
STEP 1 일단 달려보자
STEP 2 달리는 즐거움을 발견하자
STEP 3 현지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자
STEP 4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려 보자
STEP 5 42.195km에 도전하자
풀코스 140회, 하프코스 150회, 10킬로미터 120회, 5킬로미터 대회 완주 60회를 넘은 달림이가 이 초보 마라토너의 글을 읽어서 무엇을 얻겠는가 하는 생각도 일견 들었지만 귀여운 만화 캐릭터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고, 이국적인 대회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매우 만족했다. 맞아. 나도 이 때 이랬지. 그 동안 잊고 있었는데. 풀코스 대회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두려워 했던가? 그저 초보 마라토너의 경험담으로 치부하기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 꽤 담겨 있었다. 그림 뿐만 아니라 사진과 런런일지도 기록되어 있었고, 질문과 대답 코너를 넣어 마라톤에 대하여 가지게 되는 궁금증과 그 답안을 풀어 놓기도 했다. 운동화와 스포츠 웨어를 살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이며 달리는 자세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음식과 여름 연습의 포인트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기타 등등. 아! 그 동안 체간러닝을 너무 무시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책을 이 만화를 보면서 했다.
친구 노리코, 편집자 가토, 마라톤 코치 긴선생님을 등장시키는데 하나같이 정겨운 캐릭터이다. 나오코는 꾸준히 훈련하여 8월에 열리는 제3회 닛코 삼나무 가로수 마라톤 10킬로미터에 출전하여 1시간 1분 22초로 완주한다. 9월 거봉의 언덕 마라톤대회에서는 59분 11초로 기록을 당긴다. 마쓰시마 마라톤에서는 생애 첫 하프를 달려 2시간 2분 26초를 기록하고, 사이타마 마라톤에서는 2시간 44초까지 달려낸다. 이 모든 대회는 12월 호놀룰루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에는 2만명이 참가하는데 그 중 1만 5천명이 일본인이다. 화장실 대기 시간 40분이라는 기록을 경신하는 에피소드가 담긴 호눌룰루 마라톤에서 서브5를 하기 위하여 애쓴다. 봄부터 열심히 준비해 왔지만 너무 힘들어 걷게 되면서 5시간을 살짝 넘기게 된다. 5:01:05. 도쿄마라톤 출전권 추첨에 떨어지는 일화도 담겨 있다.
처음에 실수로 우리나라 책 읽듯이 거꾸로 읽었다. 수십 페이지를 그렇게 읽었다. 시간이 뒤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한 동안 깨닫지 못하고 읽었다니 나도 참 바보다. 즉, 호놀룰루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하는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어색함도 느끼지 못했나 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나 <덩케르크>같은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정없이 종횡을 오가며 짜집기하는 데 매력을 느끼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만화로 구성된 스토리가 나온 후 정리해 주는 실제 사진이 나오고 설명이 달린 것을 보고 바로 아세탈님의 해외 마라톤 참가 완주기가 떠올랐다. 골드코스트마라톤, 오사카마라톤, 후지산마라톤 등의 사진과 설명으로 올린 포스팅에 매료된 적이 있었으니..... (그 포스팅을 보고 나도 올린 사진에 설명을 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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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년차는 2009년부터 2010년 봄까지 이어진 대회 참가의 기록이다.
1년차 목차는 STEP이었는데 이번에는 Challenge로 되어 있다.
Challenge 1 기록보다 중요한 건 자기 페이스로 달리기
Challenge 2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
Challenge 3 마라톤 동료가 늘었어요
Challenge 4 요론섬에 다녀오겠습니다
도전자 다카기 나오코 말고도 노리코, 가토, 긴선생님말고도 가토의 회사 선배 우노가 등장한다.
부모님과 함께 시마 스페인마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게 흥미롭다. 부모님은 워킹 12킬로미터 부문에 참가하고 필자는 하프에 참가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로운리맨님이 떠올랐다. 대구국제마라톤과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부모님이 짧은 코스에 참가하시고 본인은 풀코스를 달렸던 일이 있었다. 우리 집은 부모님이나 형제고 마라톤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나오코는 생애 두번째 풀코스를 2010년 3월 7일 가고시마 최남단 아마미 군도에 있는 섬 요론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달리고자 한다. 우리나라로 대입한다면 마라도에서 마라톤 대회를 하는 것이다. (마라도는 너무 작아서 마라톤 대회를 열기가 힘들겠지만, 요론 섬은 둘레가 20킬로미터 남짓 되니 왕복하면 풀코스를 채울 수 있다. 동단이긴 하지만 울릉도마라톤이 요론마라톤과 유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대회를 위하여 열심히 달린다. 11월 1일 비맞으며 나카우미 마라톤 하프 종목을 완주하며, 11월 22일 쓰쿠바 마라톤 10킬로미터 종목에서 54분 13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이 마라톤을 마치고 지인들과 영화를 보러 가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이다. 이 영화에 감동받아 동료들과 4인 1조로 2010년 2월 닛산 스타디움 릴레이에도 참가한다. 이 팀의 이름이 '포상맥주'이다. 완주의 포상으로 맥주를 마신다는 것인데 내가 마라톤을 완주하고 포상콜라를 마시는 것과 같다. 마라톤에 필요한 각종 첨단 장비와 의류도 구입하며 점점 마라토너가 되어간다. 2년 연속 도쿄마라톤 참가자 추첨에서 떨어지는데 동료인 노리코는 2년 연속 도쿄 마라톤에 당첨된다. 노리코의 도쿄 마라톤 완주를 응원하는 일화도 만화로 그려져 있다. 응원의 힘을 받아 노리코는 생애 첫 SUB-5에 성공한다.(4:55:26) 동료의 SUB-5 달성에 고무된 나오코는 자신도 SUB-5를 해내겠다는 각오로 4박 5일 일정의 요론 마라톤의 장도에 오른다. 비가 내리는데다 화장실 찾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35킬로미터 지점의 심장 파열 언덕을 이겨내며 요론 마라톤만의 특색인 염소고깃국도 맛보고 마침내 감격의 SUB-5를 달성해낸다. 4시간 39분 56초.
일본 여성의 마라톤 완주기를 만화로 보면서 한국이 얼마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수월한가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국내 대회를 나가면서도 일본은 몇 일을 투자해, 숙박과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여성이 당일치기로 참가한 대회는 사이타마 대회가 유일하다. 자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마라톤 대회 참가 자체가 휴가같은 것이 되어 버리는 일본에 비하여 한국의 마라토너들은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가? 새벽에 일어나 대회장에 나가 현장 접수해서 달릴 수 있는 대회가 전국에도 몇 개가 되니.....
2003년 11월 TV에서 '아디다스 King of the Road 대회' 출전을 권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늘 혼자서 훈련 삼아 달리던 내가 눈이 번쩍 뜨였다. 2003년 11월 30일 5킬로미터 대회에 출전했다. 생애 처음으로 배번을 달았다. 훈련할 때처럼 칠부바지에 점퍼 입고 20분 걸려 완주했다. (1985년의 건강달리기 대회도 5킬로미터였지만 배번이 없이 완주메달만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부지런히 5킬로미터, 10킬로미터, 하프 종목에 출전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풀코스는 꿈도 꾸지 못했다. 풀코스 완주 지침서를 들여다 보며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만 있었다. 2004년 봄 본격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하여 2년이 지나서야 풀코스를 완주하게 되었다. 풀코스를 144번, 하프코스를 159번, 10킬로미터를 125번 달리는 인간이 될지는 정녕 몰랐다. (2017년 7월 말 기준)
만화를 보면서 내 마라톤의 초창기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오코가 풀코스를 달리던 해를 떠올려 보면 당시 나는 풀코스를 1년에 세 번 달리는 게 최고의 횟수였다. 그 때 이 만화를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진을 수록해 놓은 점이 좋았다. 좀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런런일지도 기록해 놓았는데... 앞에서 그린 만화를 정리해 보는 컨셉이라 좋았다.
이 사진을 보면서 아세탈님의 해외 마라톤 참가기 포스팅을 떠올렸다.
마라톤 고수 긴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은 내용을 Q&A로 올려 놓았다. 마라톤 정보서의 역할도 하는 만화책이다.
만화 캐릭터가 아주 귀여웠다.
이런 컬러 사진은 추억을 그대로 남겨준다. 뒷풀이 먹거리도 마라톤의 일부라는 사실. 이 부분은 로운리맨님과 아세탈님의 완주기와 그 구성이 같다.
노리코를 응원하던 플래카드가 인상적이다.
생애 두 번째 풀코스였던 요론마라톤 완주기의 일부......
대회에 참가하여 받았던 기념품을 모아서 올려 놓았다. 제대로 된 추억 만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