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들고 산으로(2017/07/13)
쌀을 씻어 밥을 올리다 보니 가끔 양을 맞추지 못할 때가 있다. 남은 쌀을 잘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쓰면 되는데 냉장고에 넣는다는 사실을 잊었다. 몇 번 넣을까 고민했지만 반지하인 내 방이 기온이 낮은 편이니 이틀 정도는 내버려두어도 괜찮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36시간이 지나자 쌀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고 냄새도 많이 났다. 전자레인지 밥찜기로 밥을 지어 보았는데 그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아까운 쌀. 버리게 생겼구나.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을까 하다가 짐승에게 주기로 했다. 우이천이냐? 북한산이냐? 15분 걸리는 우이천, 3분 걸리는 북한산. 30도가 넘는 폭염이니 그늘이 있는 북한산을 선택했다. 운동 삼아 배낭에 쌀밥을 넣고 화계사를 거쳐 칼바위 능선쪽으로 달렸다. 매우 굼뜨게 움직여도 몹시 더운 날씨라 땀이 비오듯이 떨어졌다. 이래서야 운동이 되겠나? 여름에는 운동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작은 움직임으로도 땀이 나니 운동을 많이 했다고 착각하기 일쑤인 것이 여름 날씨이다. 더구나 여름에 산으로 올라가면 땀이 더 쉽게 나니 와! 나 운동 엄청 많이 하는구나 한다. 엄연한 착각이다.
사진 찍으면서 슬금슬금 올라갔다. 산길 곳곳에 폭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틀 전 올라왔다면 계곡을 따라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 구경을 실컷 했으리라. 평탄한 길 없이 가파르게 수직 상승했다. 범골 약수터를 거쳐 올라갔다. 약수터에서는 약수 대신 미리 챙겨간 아에드를 마셨다. 칼바위 능선에서 밥을 계곡으로 흩뿌렸다. 비닐 장갑을 끼고 밥을 뿌리는데 밥에 찰기가 많아 장갑에도 더덕더덕 붙었다. 냉골 약수터쪽으로 내려가서 약수를 밥이 담긴 봉투에 담았다. 물 덕분에 끈적거림이 사라지면서 밥을 여기저기 뿌리기 좋게 되었다. 냉골약수터에서 팔굽혀펴기도 했다.
내려갈 때 보니 폭우로 뿌리가 뽑힌 나무가 산길을 막고 있었다. 나무를 치워 보려고 했으나 너무 무거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무를 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끼바위도 보았는데 아직 습기가 부족해서 이끼의 푸른 빛깔을 볼 수는 없었다. 비가 많이 내려 기대했건만. 계곡에도 밥을 뿌렸다. 물고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먹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어릴 때는 계곡에서 가재 잡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가재를 볼 길이 없다. 물이 그만큼 오염되었다는 뜻이겠지.
산을 뛸 때는 알 수 없는 것이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든데 내려갈 때는 너무 편하다. 하산할 때는 전혀 운동이 되지 않는 것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등산할 때는 밥이다 물이다 그 무게로 힘이 들어 숨이 턱에 차는 일도 더러 있는데 내려갈 때는 짐이 거의 없어서 운동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동안 몇번 다녀온 코스인데 올해 들어서는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 그 동안의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찍었다. 100장 쯤 찍고 85장을 올린다.
삼각산 화계사 일주문.... 집에서 달려가면 여기까지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북한산 둘레길은 왼쪽으로 가야 하지만 나는 칼바위 능선으로 가야 하니 직진......
요즘 등산하다가 사고를 많이 당하니 이런 플래카드가.....
화계사 정문 부근에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국제선원이 될텐데 템플스테이 장소로도 이용될 듯.....
화계사 대적광전이 조금 보인다.
수문이 있는 위쪽으로 화계사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가 있다.
그동안 폭우가 내려 제법 물 구경을 하며 올라갔다.
무속 신앙이 존재하는 곳
막걸리를 놓아두고 갔네.... 이 막걸리는 누가 마시게 될까?
무속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번도 본 적은 없어서.....
배드민턴장. 배드민턴을 한 적은 없고 17년 전에 여기서 족구한 적은 있다.
삼성암을 스쳐 가는 길에 있는 화장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아식스 티셔츠, 칸투칸 7부 바지, 아식스 젤카야노 22. 팀버라인 소형 배낭
자주 이용했던 등산로인데 폐쇄되었다.
칼바위 능선이 0.6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네. 예전에는 15분만 달리면 도착했는데 요즘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20분이 넘는다.
10년 전만 해도 등산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돌계단을 보지 못했다. 자주 미끄러지며 산을 탔다.
계속 가파른 길을 올라오고 있었군.
물길이 지나간 흔적. 폭우가 내리면 이렇게 된다.
낭떠러지가 있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범골 약수터가 보인다. 범이 나왔던 곳이겠지.
이끼가 낀 바위
범골 약수터에서는 약수를 마시지 않고 아에드를 마셨다. 숨고를 틈도 없이 가파른 길을 탄 것은 아니었다.
사진을 찍을 때 쉴 수 있었다.
범골 약수터를 내려다 보며.
습한 나무에는 버섯이 자라고.....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 이것도 정비되어 망정이지 예전에는 밧줄잡고 오른다며 용을 썼다.
아주 열심히 올라왔군.
칼바위 능선에 닿았다. 갈림길.
나는 대동문쪽으로.....
아에드와 쌀밥
칼바위능선에서 밥을 여기저기 뿌렸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정릉쪽으로 갈 수 있다. 이쪽 길로는 가지 않는다.
조금 오르다가 냉골쪽으로 빠질 것이다.
조망이 흐리다.
강북구부터 도봉구, 노원구까지 내려다 보인다.
냉골 약수터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으니 거울에 비친 나를 찍었다.
거울이니 좌우가 바뀌었겠지. (다음에는 포토샵으로 바꾸어 버릴까?)
냉골이라고 바닥에 조형을 해 놓았다. 이 글씨 위에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나이보다 좀 더 많이.....
아에드를 시원한 약수로 샤워시킨다.
폭우 때문에 나무가 뿌리채 뽑혀 등산로를 막았다.
당기어도 보고 밀어도 보았는데 나 혼자 치우기에는 버거웠다.
넘어간 나무가 또 있었다.
비탈에서 자라다가 폭우 때문에 뿌리가 뽑혔다.
이끼바위.
이끼가 말라 붙었는데 습기가 많을 때는 초록빛이 아주 보기 좋은 바위이다.
바위 틈새에서 식물이 자란다. 그 생명력 하!
바위 곳곳에 식물이 자리잡았다.
이끼바위를 돌아보며..... 갑자기 육백산 이끼폭포가 보고 싶어졌다.
영화 <옥자>에 나온 산이 어디일까 무척 궁금해졌다.
흐르는 계곡 물에도 아에드를 놓아보고....
내가 뿌린 밥알이 물 속에 있네.
고여 있으면 안 되니 다시 흩뿌려 주었다.
이 바위에 오르면 수락산과 불암산을 볼 수 있지만 날씨가 흐려져 그냥 지나쳤다.
조병옥 박사묘에 왔다. 전등.... 오작동인가?
내려가는 길. 포장도로였을텐데 여기저기 갈라진 틈으로 잡초가 자란다.
조병옥 박사묘 오르는 길.
영화 <록키>의 주인공을 흉내내면서 많이 뛰어올랐던 곳이다. 집에서부터 이쪽으로 바로 뛰어올라오면 정말 힘들다.
야생화가 피었다.
영락기도원 가는 길
이 포장도로를 만나면 산행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
계곡의 물이 거세다
시원한 물가에서 휴식하는 분들이 있다.
산행을 소개하는 전단지. 언젠가부터 단체 산행에 관심이 없어졌다.
여기도 폭우로 넘어간 나무가 있네.
땀으로 흠뻑 젖어서는 산행을 끝냈다. 트레일 러닝이라고 해야 하나?
쌀밥을 짐승에게 나누어줄 마음이 없었다면 이 운동마저 하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