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소강상태-배고픈 달리기(2017/07/02)
알람이 울렸다. 2017년 7월 2일 일요일 새벽 4시 19분. 공원사랑마라톤대회 풀코스 달리는 날.
잠시 밖에 나가 보았다. 빗줄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 정도 비라면 대회가 열리는 도림천이 범람하겠군.
로운리맨님도 나오시지 않을 거야. 혹시 카톡이라도. 데이타 on. 아무 소식 없음.
눈도 침침하니 휴식이 필요했다. 돌아와 누웠다. 새벽 5시 20분쯤 눈을 떴다. 데이타 on, 역시 아무 소식 없음. 로운리맨님은 뛰지 않기로 하신 거야.
7시 넘어 다시 데이타 on. 이 무슨 날벼락같은 소식인가?
비가 거의 안와 공사 섭4로 뛰겠슴다. 06:13
참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응원이라도 가야 하는데. 누적된 피로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 쓰러졌다. 마라톤 대회에 나서는 꿈을 두 차례 꾸었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출발점으로 가는데 마라톤화가 아니었다. 갈아 신고 가야 하는데 시간은 자꾸 흘렀다. 또 다른 꿈. 이번엔 풀코스를 완주했다. 3시간 30분대로. 로운리맨님은 청년 한 명을 데리고 달렸다. 내 기록증은 잘못 인쇄되어 수정해야 했다. 하! 꿈 속에서 풀코스를 달렸다고 실제로 풀코스를 달린 것과 같은 운동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럴리 없다.
9시 30분이 넘어 버렸다. 이제 가더라도 응원은커녕 로운리맨님 얼굴도 못 보고 오게 생겼다. 그저 카톡 문자는 보내고 만다.
응원도 못가고 쓰러져 대회장에서 로운리맨님 만나 달리는 꿈만 꾸었네요.
7월 기록 경신을 응원합니다. 09:33
오늘 풀코스를 달려야 했고, 달릴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
10시 55분에 문자가 왔다.
로운리하게 출발해 오버페이스로 개퍼져서 개인 7월 풀 최고 기록을 31초 경신했습니다.... 음...
멋지십니다.
건달님에 비하면 하찮은 기록입니다.
제7월 최고 기록은 무려 5년 전 세운 355이고 7월에 퍼져서 459로 뛴 적도 있는 걸요.
다 옛날이고 요즘 주력이시면 오늘 섭 330 하셨을 겁니다.
사실이 아닐텐데...... 절대적으로 나를 인정해주는 로운리맨님.
아침, 점심을 거르고 아에분유 100밀리 남짓 마시고 12시 30분이 넘어서야 달리기에 나섰다. 장마비가 소강 상태를 보인 사이 움직였다. 로운리맨님이 이 러닝에 대하여 '헝그리 러닝'이라고 평했다.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면서 계속 달리기로 했다. 평탄한 도로를 피하여 초안산을 가로 질러가면서 트레일러닝이 되었다. 습기찬 날씨라 땀이 여느 때보다 많이 흘렀다. 800쪽에 달하는 책을 반납하고 나니 배낭이 가벼워졌다. 우이천에 가서 떡까지 처리하니 배낭을 멘 것같지도 않았다. 이제 배낭에는 카드 여러 장과 비닐봉투, 아에드 한 병만 들어 있었다.
간밤에 비가 많이 내린 듯 우이천은 범람한 흔적이 있었다. 우이천에서 중랑천으로 나아가는 길은 지대가 낮아 물이 빠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물이 빠졌다고 해도 진흙이 잔뜩 뭉쳐진 길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찐득거리는 지면 상태 때문에 움직임은 굼뜨게 바뀌었다. 중랑천 산책로도 물이 고인 자리가 있어 지대가 높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도 했다. 경춘 철교쪽에 오니 허기가 져서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아에젤이라도 몇 개 챙길 것을..... 노원구 일대에서 편의점 찾는다고 혈안이 되었다. 이때부터는 제대로 된 달리기라고 할 수 없었다. 42..195킬로미터는 달렸어야 할 인간이 10킬로미터도 제대로 뛰지 않았으니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 하나를 먹고, CU에서 캔커피 두 개를 마시고, GS25에서는 도시락까지 먹고 말았다. 배를 채운 이상 이제 달리기는 완전히 그른 것이었다. 야심차게 20킬로미터 이상은 달리겠다고 각오하고 집을 나섰던 계획은 사정없이 틀어졌다. 뛰지는 못하고 열심히 걷는 수밖에 없었다.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이동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노원역까지 걸었다. 알라딘 중고서점 노원점에 들어갔다가 창동 이마트로 이동하여 찬거리를 사서 귀가하고 말았다.
한심하다. 몹시 피곤했어도 공원사랑마라톤 대회에 나가 풀코스를 달려야 했다. 새벽에 비내리는 광경을 보고 계획을 접어버린 게 후회스럽다. 다음 주에는 꼭 뛰어야지. 잠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나빠서 내키지 않더라도.....
달릴 준비..... 도서는 반납해야 되고, 떡은 우이천 물고기 주기로 하고, 아에분유는 미리 조금 마시고, 아에드는 갖고 달리기로.....
책이 너무 두껍다.
책이 젖지 않도록 비닐로 세 겹 쌌다.
구론산도 한 병 마시고.....
몇 년만에 아식스 젤 카야노 19를 신는다. 우천용 달리기용으로.....
반팔 티셔츠 위에 바람막이 자켓을 걸치고 배낭을 멨다.
경전철 개통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화계역이 다 생기다니......
강북문화정보도서관 가는 길. 초안산을 넘어가기로....
3킬로미터도 달리지 않은 것같은데 땀으로 자켓이 흠뻑 젖었다.
비를 맞은 것은 아니다.
야트막한 산길. 열심히 달리다가.....
숲길을 뚫고.....
배드민턴장을 지난다.
잘 정비된 산책로
탁트인 지대도 나오는데 비구름이 잔뜩 끼여 조망을 보기는 글렀다.
무궁화가 보이는 데크
지그재그 데크를 따라 달려 내려간다.
주택가와 붙어 있는 산책로. 이런 데에서 새벽에 이동할 때에는 정숙해야 한다.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이 300미터 남았다. 쭈욱 내리막길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한다. 빌리지는 않았다.
간밤에 비가 정말 많이 내렸나 보다. 수초가 물살에 밀렸다.
비가 내리지 않는 우이천
떡을 쪼개어 물고기에도 주고 비둘기에게도 주고.... 비둘기에게는 먹을 것을 주면 안 되는데..... 날개달린 쥐라고 할 수 있는 짐승이라....
불어난 물살에 사정없이 쓸렸구나. 우이천이 이런데 도림천도 범람하지 않았을까?
범람의 흔적은 진흙으로 남아 있다.
여기서 남은 떡가루를 다 뿌려 버리면서 배낭은 가벼워졌다.
비가 많이 내려 공도 떠내려오고.....
우이천에서 중랑천으로 나아갈 때 가장 지대가 낮은 지역이라 비가 많이 내리면 지면 상태가 고약하다.
2015년 10월 1일 폭우 때에는 허벅지까지 물이 찬 적이 있었다.
밟으면 사정없이 빠지는 진창이다.
이 지경이니 조심해야 한다.
마치 진흙을 모아놓은 것같다.
아주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는데도 신발 상태가 영......
오른쪽 자전거도로는 물이 들어찼다.
산책로라고 나을 것은 없다.
자전거도로쪽으로 물을 밟고 빠져나왔다.
곳곳에 물이 들어차 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폭우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중랑천에 왔다. 이제 8킬로미터 넘게 달렸을 것이다.
오리 때문에 찍은 사진인데 오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교각 아래 어미 오리가 새끼 오리를 피난시키고 있는데.......
달리는 사람을 따라간다.
경춘 철교가 보인다. 저 위에 올라가기로....
경춘 철교 위에 올랐다.
중랑천 산책로를 내려다 보고.....
경춘선 폐철교를 따라 달리다.
이 열차는 아직 전시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
여기서 심한 허기를 느꼈다. 아에드로 영양을 섭취해 보지만......
경기기계공고까지 나아갔다가 편의점 찾다가 엉뚱한 데로 빠져 버렸다.
세븐일레븐에서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을 먹어 허기를 때웠다.
CU에서는 1+1 캔커피 1천원에 사서 순차적으로 마시고.....
GS25 하계청구점에서는 새로 나온 제육정찬 도시락을 먹기로 한다.
3600원 도시락치곤 괜찮다.
아직 비가 내리지 않으니 밖에서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로운리맨님, 아세탈님과 카톡을 주고 받았다.
별표가 허기를 감당한 곳.... 먹고 난 다음에는 당현2교 방향으로 쭉 걸었다.
끝내 노원역까지 걸어 알라딘 중고서점에 왔다.
책 두 권을 손에 들었다가 도로 꼽았다. 카뮈의 페스트 프랑스어판, 셰익스피어의 햄릿 신판을 살까 하다가......
집에 있는 책이라도 열심히 읽자는 생각때문에.....
노원역에서 창동역까지 걸었다.
창동 이마트에서 찬거리 쇼핑을 했다.
이렇게 쇼핑하면 차를 타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다행히 비는 별로 내리지 않았다.
엉망이 된 신발을 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