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월드런 마라톤대회(2015/07/19)-FULL
지난 해 지옥을 맛보았던 마라톤 대회를 1년만에 만났다.
원래 6월 6일 열리기로 했던 대회가 메르스 때문에 7월 19일에 열렸다. 지난 해는 7월 20일이었으니 대회가 일요일 열리는 것으로 감안할 때 딱 1년만이다.
생애 최악의 기록으로 완주했던 대회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가며 구토까지 하면서 4시간 59분대로 골인.
올해도 상황은 좋아질 것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뚱뚱하고 수면 제대로 못 하고 날씨는 덥고.
그저 4시간 59분의 기록보다는 빨리 들어가자고 마음먹었다.
대회 당일, 사뭇 고무적인 일이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따금 바람도 불고.
네 시간을 채 못자고 대회장으로 갔다. 지하철에 빈 자리가 많아 앉았으나 잠을 청하지 않고 독서를 했다. <천강에 비친 달>을 읽었다.
잠실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잠실지구 청소년광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스트레칭을 했다.
더 이상 몸을 풀지 않았다.
몸을 사리면서 8시 정각에 출발하였다. 몸을 사리다 보니 첫 1킬로미터가 6분 20초가 나왔다.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체중 감량한다는 생각으로 달리기로 했다.
5킬로미터 기록이 30분에 육박하고, 10킬로미터 기록이 57분 40초가 되어도 조바심을 갖지 않았다.
더구나 암사대교 코스는 심한 오르막이라 스피드를 내기 힘들었다. 오늘은 하프를 두 차례 왕복하는 코스가 되었으니 지난 해 코스보다 더 어려워졌다.
꼼짝없이 오르막을 오고 가며 네 번을 감당해야 풀코스 완주가 가능했다.
그저 생각하는 것은 '천천히 달리자'였다.
풀코스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는 초반에, 하프코스 2시간 10분 페이스메이커(즉 풀코스 4시간 20분 페이스)는 6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다.
지난 주처럼 비가 후줄근하게 내려주면 달리는 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감질나게 떨어지고 그 빗방울마저 끊어져 버리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전거를 타고 나온 사람이 많아졌다. 러너와 자전거가 충돌하여 앰블런스가 달려오는 광경도 보았다. 주로 오른쪽에 바짝 붙어 흐트러짐이 없이 달렸다.
하프에 출전하여 1시간 40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리는 박성국님에게, 풀코스 SUB-3 페이스로 치달리는 함찬일님에게, 3시간 10분대 페이스의 김상기님에게, 3시간 40분 전후의 페이스의 특전사님에게 손을 흔들었다.
풀코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초반에 무리했다가 후반에 당할 어려움을 막는 데 주력하였다.
골인 지점으로 들어갔을 때 페이스를 보니 2시간 3분이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화장실에도 들러야 하니 더 빨리 달리지 않도록 애썼다.
빗물섞인 생수, 김빠진 콜라, 미지근한 게토레이, 녹아내리는 쵸코파이 등을 꾸준히 섭취하였다.
한강시민공원 수영장 인파를 보니 비는 이제 내리지 않을 것같았다. 두번째 하프는 첫번째 하프에 비하여 훨씬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삵 두 마리가 풀숲에서 연달아 튀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두 마리는 풀숲에서 싸우고 있었다. (진짜 삵인가 궁금하여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삵이 맞았다.)
29킬로미터 지점에서 스포츠겔을 먹었다. 그 에너지로 암사대교 오르막을 감당하였다.
30킬로미터 지점을 2시간 58분을 넘겨서 통과하고, 32.195킬로미터 지점을 3시간 11분을 넘기니 어떻게 해도 SUB-4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춘마 달릴 때의 10킬로미터 페이스라면 충분하겠지만 날씨도 몸도 10킬로미터 페이스를 49분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처음 각오한 대로 천천히 달렸다. 그래도 하프 이후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내가 25킬로미터를 달렸을 때에도 아직도 돌아오고 있는 하프 주자들은 많았다. 2시간 20분대, 30분대.
35킬로미터 이후부터는 촘촘히 젖은 바지와 티셔츠를 만져가며 중얼거리며 달렸다.
-살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38킬로미터. 다 왔다.
40킬로미터. 신의 영역.
41킬로미터. 1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마침내 골인하였다.
4시간 9분 46초 57
옷을 갈아입은 뒤 대회본부로 갔더니 연대별 18위라며 트로피를 주었다. 전마협 1회 참가권과 함께.
그리고 대회장을 떠나서 굴다리를 지나갈 무렵 내 이름이 방송에 나왔다. 빨리 와달라며 난리법썩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대회본부에 가니 운영요원이 말했다.
-강훈식님 18위가 아닙니다.
트로피를 도로 가져 가더니 다른 트로피를 주었다.
-15위였는데 잘못 드렸습니다.
생애 94번째 풀코스 완주는 이렇게 끝났다.
지난 해 같은 대회보다 50분 기록을 단축하였다.
이 대회 명칭은 어지간히 길다.
하나 런 카드 출시기념 모이자! 달리자! 2015 월드런 마라톤대회
1. 대회요강
☞ 일시 | : | 2015년 7월 19일(일) 출발 : 오전 8시 00분 |
☞ 장소 | : |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청소년광장(종합운동장 나들목) |
☞ 주최 | : | 전국마라톤협회 |
☞ 주관 | : | (주)올레그룹 |
☞ 후원 | : | 하나은행∙하나카드, 월드런(world run),하나카드, 우먼센스, 일요신문, 머니투데이 |
☞ 협력 | : | 삼익전자(주),전마협페이싱팀, 자전거발전연구회 |
2. 참가종목
종 목 | 참 가 금 | 기 념 품 | 제 한 시 간 | 비 고 |
5km 걷기 및 건강 달리기 | 35,000원 | 카파(KAPPA)시계(랩타임 150개 가능) 완주메달 |
1시간 | 칩사용안함 |
10km | 40,000원 | 카파(KAPPA)시계(랩타임 150개 가능) 완주메달,기록증 |
2시간 | 칩사용 |
Half | 40,000원 | 카파(KAPPA)시계(랩타임 150개 가능) 완주메달,기록증 |
3시간 | 칩사용 |
Full | 50,000원 | 카파(KAPPA)시계(랩타임 150개 가능) 완주메달,기록증 |
5시간 | 칩사용 |
매니아 (5km) |
15,000원 | 테이핑, 완주메달 | 1시간 | 칩사용안함 |
매니아 (10km. Half) |
20,000원 | 테이핑,완주메달, 기록증 | 2시간/ 3시간 |
칩사용 |
매니아 (Full) |
25,000원 | 테이핑,완주메달, 기록증 | 5시간 | 칩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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