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4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마크맨>을 보았다. 8관에서 본 것은 틀림없는데 정확한 상영 시각과 이용한 좌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영화 티켓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 감상 직전 이용한 극장 시각 좌석을 기록하는 습관을 어느 순간부터 놓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열심히 메모하는 일도 뜸해졌다. 14시 26분경 국민카드로 표를 끊은 기록만 확인할 수 있어 대략 3시 전후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티켓을 구입한 후 책갈피처럼 책 사이에 끼웠을 게 틀림없는데 찾을 수 없었다. 내가 5월 4일 갖고 나갔던 책은 <파리는 언제나 축제>였다. 그 책 사이에 티켓을 끼워둔 채로 5월 6일 도서관에 반납했을까? 몇일 후 강북청소년문화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살펴보았지만 티켓은 보이지 않았다. 도서 상태를 살피던 사서가 책 사이에 낀 티켓을 발견하고 버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표는 영영 찾을 길이 없는 것인데 30년이 넘도록 영화 티켓을 단 한번도 분실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아닐거야. 방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수도 있어. 영화 티켓을 빼지도 않고 책을 반납했을 리는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며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티켓의 연보라색은 쉽게 눈에 띌텐데 답답했다. 지난 영화표를 재출력해 주는 게 가능한지 그것을 부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망설이다가 이후 여러번 극장 매표소에 갔지만 아예 운도 떼지 않았다.
까짓 영화표 한 장 가지고 뭘 그러나 싶기도 했다. 뭔가 빼어먹는, 빼어먹어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나아가는 것 같아 그게 걱정이었다. 책을 반납하기 전 책 안 쪽을 살피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어릴 때부터 보고 온 영화표를 일기장에 일일이 붙이던 루틴을 갖고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삶이 헐거워져 버렸다. 한심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갑자기 몹시 우울해지기도 한다. 노쇠(老衰)의 전조는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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