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비 내리는 날, 북한산 둘레길 텃밭에서(2020/07/24)

HoonzK 2020. 7. 27. 23:00

북한산 둘레길 텃밭 주인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들어왔다.

 

오늘 텃밭에 들러보려구요. 비가 너무 많이 오더니 좀 잦아들어서.... 10시까지는 있을 거구요. 시간 되심 운동삼아 들리시고 안 되심 다음에~ (오전 7시 57분)

 

비가 많이 와요. 다음에 오세요. (오전 8시 10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다가 말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궂은 날씨에도 나와 계신다면......

 

 가볍게 몸을 풀고 텃밭까지 달렸다. 3킬로미터 정도는 되는데 거의 오르막이라 천천히 달려도 운동은 되었다. 풀코스를 달린 후 이틀이 지났으니 가벼운 운동도 필요한 김에 잘 되었다.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달렸다.

 

 주인은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평상 덮개가 비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해서 긴급 피신처 정도로만 느껴졌다. 비는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텃밭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두 달만에 보는 텃밭은 밀림이나 다름없었다. 온갖 작물이 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방울토마토, 가지, 옥수수, 부추, 고추, 상추, 아욱, 생채, 깻잎에 카모마일까지...... 상추 정도만 예상하고 있던 나로서는 매우 놀랐다. 7월에는 와 본 일이 없어서 참으로 새로운 풍경이었다.

 

 주인은 비닐 봉지를 갖고 와 내게 이것저것 담아주었다. 쌈나눔을 할 수 있는 최대치로 해 주었다. 이렇게 다 주면 어떡하느냐고 물어도 일주일만에 이 정도는 다시 수확할 수 있고, 내 버려두는 바람에 버린 것도 많으니 부담을 갖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내 야채 꾸러미를 본 가족들은 어디서 장을 보고 왔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선물받은 채소 덕분에 매우 바빠졌다. 즐거운 요리를 하느라......

 

카톡 메시지와 함께 해바라기 사진이 전송되었다.
찐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비를 피하고 있는 사진도.....

 

우이천의 지류 대동천을 건너서 텃밭으로 갔다.
꾸준히 내린 비로 대동천 물이 꽤 불어 있었다.
텃밭에 들어서자 주인이 바로 보였다. 아이구 반가워라. 올해 처음 뵌 것이었다.
완전히 밀림이 되어 버린 텃밭
사진으로 찍어보낸 텃밭의 해바라기를 만났다.
목이 무거운 듯.... 햇빛이 아쉽겠다.
방울토마토, 생채, 상추 등이 보인다.
콩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콩나무? <재크와 콩나무>의 그 콩나무

 

상추가 이렇게 하늘을 향하여 뻗어오르는지 몰랐다.
카모마일도 있다.
심하던 빗줄기는 잦아들었다.
빨간 고추가 눈에 뜨인다.
가지도 보인다.
아욱이다. 먹을 시기를 놓친 듯....
비닐봉투가 차기 시작했다. 주인의 배려로.....
수확 시기를 놓친 방울토마토
텃밭을 가득 채운 채소들

 

 

해바라기 두 그루를 세우는 작업을 한다. 내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채소를 엄청나게 받았다.
마실거리까지...... 탄산음료를 주로 마시는 나와는 너무 다르시네.
둘레길 옆 대동천을 건너 돌아가는 길
계곡의 물이 철철 넘치네... 소리만 들어도 좋았다.

 

 

 

소리도 들어보고 싶어 영상으로 남겼다.

 

 

선물받은 부추로... 무언가 만들려고 한다.
부추를 잘 씻은 후 잘게 잘랐다.
밀가루, 부침가루, 계란 넣고 멸치액젓까지.... 멸치액젓이 많이 들어간 것은 실수였다. 좀 짜게 되었다.
물을 조금 부어 버무려 주었다.

 

물이 많으면 밀가루를 더 넣으면 된다.
부추전을 만들었다.
노릇노릇 구워졌다.
이 채소를 다 어떻게 할 것인가?
홍고추는 간고등어찌개 만드는 데 썼다.
방울토마토는 식초를 탄 물에 담가 놓았다. 소독 효과가 좋다.

 

깻잎은...... 볶음으로 만들기로 했다.
뜨거운 물에 데치고, 프라이팬으로 볶아서 깻잎볶음을 만들었다.
생채는 먹기 좋게 잘라 용기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