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5연속 풀코스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홍근님은 5연풀, 특전사님, 성하형, 샛별홍진님은 4연풀을 달성했다. 이 분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 편안한 대회 참가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전 풀코스를 달린 뒤 누적된 피로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차피 기록 도전을 위해 출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초반 하프가 2시간이나 걸렸다. 3시간 40분대로 끌어올린 기록이 다시 간섭포(간신히 서브4-3시간 50분대 후반)로 돌아갔다. 유난히 습도가 높은데다 5월 초순치고는 너무 기온이 높았다. 불과 4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웃도리가 흠뻑 젖었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15초가 나와 공언했던 3시간 30분대가 가능해 보였는데 점점 속도가 떨어져 5킬로미터 기록은 일주일 전보다 오히려 나빠져 버렸다. 재빨리 마음을 고쳐먹었다. 3시간 30분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여차하면 3시간 40분대도 포기하고 3시간 50분대에 만족하자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훈련을 위한 달리기, 여름을 대비한 달리기로 삼자고 했다.
차라리 해가 작렬했으면 나았을 터였다. 도림천변 주로에 죄다 집결한 습기를 뚫고 나가면서 몸은 물주머니처럼 변해 버렸다. 비가 내릴 듯한 날씨는 비가 내리는 날씨보다 운동하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1시간 가까이 걸려 반환한 후 돌아오면서 보니 나보다 늦게 출발한 고운인선님, 샛별홍진님 등이 보였다. 로운리맨님과 희규형님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체중이 더 빠져 버린 로운리맨님은 완주를 못할 수도 있다는 말부터 했다.
17.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성하형을 추월했다. 성하형은 화장실에 갔다와야 한다고 했다. 성하형은 내 상의를 보고 별로 땀도 안 났으니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곤색이라 땀자국이 별로 보이지 않았을 뿐인데..... 나는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오늘 목표 하나가 생겼다고 했다. 로운리맨님에게 추월당하지 않는 것. 개별 출발 방식으로 내가 아무리 빨리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요즘 나보다 30분 정도 빠른 분이라 추월당할 게 분명해 보이지만. 나를 반드시 추월할 주자가 세 명이 있었다. 고운인선님, 희규형님, 로운리맨님.
신정교 부근의 인조잔디 축구장에는 오랜만에 축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도림천변에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만큼 담배 냄새도 많이 맡았다. 일주일 전 담배 냄새를 맡으려고 해도 맡지 못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의 위협이 어느 정도 줄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코로나19가 사라진 것은 아니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도림천변을 달리는 주자들은 강한 결속력으로 묶인 것 같았다. 초록색이 짙어진 천변을 따라 움직이는 초록색 배번의 도림천 달리기 종족들을 만나면 격려 한 마디라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일주일 전보다 갑절로 늘어난 인사 나누기였다. 칠마용석님, 칠마범재님, 긴팔병준님, 의사종길님, 인천고석도님, 달물춘식님, 달물영희님, 특전사님, 시각장애인마라토너 흥의님......
2회전에 나서면서 몸은 조금이나마 회복된 것 같았다. 1회전을 마치고 나자 면역 주사를 맞은 느낌이었다. 하프를 달리고 나니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일주일 전 풀코스를 달려 단련을 했다는 이유로 후반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23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희규형님과 로운리맨님을 마주 보았다. 나중에 추월당하겠다며 인사했다. 로운리맨님은 내게 스피드가 붙었다고 평했다. 그렇다고 해도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고운인선님에게 추월당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24킬로미터 직전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도 추월당하지는 않았다. 2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나보다 먼저 출발했던 물개수연님 앞으로 나아갔다. 물개수연님은 이틀 연속 풀코스를 달리게 되자 후반에 점점 스피드가 줄었다. 이틀 연속 풀코스를 달리는 분 가운데 달물영희님도 나와 점점 가까워지더니 30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내 뒤로 갔다. 반환점 가까이 노천 구간이 나오면서 힘찬 발걸음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돌아보지도 않고 고운인선님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쳤다. 결국 추월당하네요라는 말을 하려는데 고운인선님이 아니었다. 도림천변에 운동을 나온 사람이었다.
31.6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서 반환하면서 시간을 확인하니 3시간이 되기 직전이었다. 스피드가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돌아가면서 보니 고운인선님이 바짝 붙어 있었다. 곧 추월당하겠습니다라고 했다. 10킬로미터 정도 남았다는 판단이 들자 속도가 붙었다. 32.2킬로미터 지점부터 37.2킬로미터 지점까지는 3시간 39분대 페이스, 37.2킬로미터부터 골인점까지는 3시간 34분대 페이스로 달렸다.
희규형님을 먼저 만나고 조금 지나 로운리맨님을 만났다. 로운리맨님은 힘들어 보였다. 로운리맨님은 초반보다 현저하게 빨라진 내 모습을 보고 '스피드 좋다'라며 소리쳤다.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6분 페이스로 달려도 3시간 59분대로 골인할 수 있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평소 스피드 훈련을 못한 것을 대회에서 하기로 했다. 대회만큼 좋은 훈련은 없었다. 마지막 5킬로미터는 25분 30초로 달렸는데 처음 출발할 때는 27분 40초나 걸린 구간이었다. 이 속도 올리기 덕분에 누구에게도 끝까지 추월당하지 않았다. 골인할 무렵 건너편을 보니 고운인선님과는 1킬로미터 정도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3:55:12.97
일주일 전보다 기록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 일주일 전보다 체중은 더 빠졌는데 왜 이런 일이? 피로 누적, 당일 컨디션 저하, 높은 습도와 고온. 이렇게 분석했다.
4월에는 3시간 40분대, 5월에는 3시간 30분대에 들어가겠다고 한 계획은 이루어질까? 4월 목표는 어떻게든 달성했지만 요즘 5월은 여름이나 다름없는데 3시간 30분대가 되겠는가? 2017년 5월 21일의 3시간 32분이나 2018년 5월 13일의 3시간 29분은 뭐였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내가 아니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2016년 11월부터 2년간 무엇에 씌워 있었을 뿐이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을 싹둑 잘라내고 내 기록을 분석해 보았다. 2016년 5월에는 4시간 13분과 4시간 18분으로 달렸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가장 잘 달린 게 3시간 51분이었다. 내 능력으로 볼 때 3시간 30분대는 과도한 목표로 보인다. 요즘 지독한 피로감에 시달리는데 살을 더 빼고 스피드 훈련을 하기가 버겁기 짝이 없다. 3시간 30분대를 달성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3시간 30분대로 달릴 때까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면 5월 31일까지 달릴 확률이 높은데 그 때 가서 5월의 3시간 30분대는 안 되는 거였어라고 하지 않을까? 5월 마지막날 이 말을 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도전한다. 2020년 5월 3시간 30분대 기록에.
완주 후 기다리고 있다가 고운인선님과 기념 촬영했다. MBN 천기누설 프로그램 촬영한다고 이틀 동안 바빴다고 하셨다.
골인 장면이 아니다. 반환점 31.6킬로미터 지점이다.
사진에 찍혀 보니 알겠다. 살을 빼어야 한다는 사실을......
4연풀... 4일 연속 풀코스 기록 평균이 3시간 38분 30초였으니 60대의 나이가 무색하다.
특전사님. 그 뒤로 내가 보인다.
특전사님, 긴팔병준님과 기념촬영했다.
3시간 55분대로 돌아와 버렸네. 두 달만에.
기념품이 이번에는 양말이 아니라 벨트쌕이었다.
로운리맨님과 식사했다. 순대국 한 그릇씩. 막걸리는 로운리맨님만, 나는 콜라.....
로운리맨님은 달리기에 이상적인 몸무게에서 1.5킬로미터나 빠져서 힘을 낼 수 없었다고 했다.
앞으로 조절을 잘해서 다시 달리겠다고 했다.
기록만으로 본다면 로운리맨님과 같은 날 달린 대회에서 로운리맨님보다 기록이 좋은 것은 2년만이었다. 그러나 비교해 보면 내가 빠른 것은 아니었다. 로운리맨님은 나보다 늦게 출발하여 훨씬 더운 시간에 달려야 했다는 것.
로운리맨님은 GS25 편의점에서 2+1 커피를 사서 2개를 내게 주었다. (감사히 잘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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