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주 일요일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 날 대회의 명칭은 매우 길었다. 한국마라톤TV 창립 20주년 및 대한직장인체육회 마라톤협회 창립 3주년 공원사랑 마라톤대회. 코로나19 상황 종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주최측은 새벽 6시부터 개별 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출발 직전 수많은 주자들이 밀집된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차 발을 구르면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긴장하는 순간은 없었다. 코로나19가 다수의 집합을 막았다. 참가자가 한 순간 밀집하기 마련인 마라톤의 대표적인 특징은 마라톤 대회 개최 자체를 어렵게 했다. 한국마라톤TV는 이 날 여의도벚꽃마라톤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개별 출발이라는 방식으로 한강의 지류 안양천, 안양천의 지류 도림천에서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열었다.
나는 6시 40분 쯤 혼자 출발했다. 출발 장소에는 기록게시원과 인천연형님밖에 없었다. 인천연형님은 나보다 십여 초 늦게 출발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발걸음을 떼는데 아직 컨디션을 가늠할 수 없었다. 지난 완주기에서 4월에는 3시간 40분대를 목표를 한다고 썼는데 한 달 여만에 달리면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야외 활동 자제로 체중이 늘어난 사람이 꽤 많다고 들었다. 우스개 소리로 코로나19 확진자이거나 살이 확 찐 자이거나 이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는 말도 돌았다. 그래도 나는 체중 감량에서 선전했다. 옆구리살이 아직 튀어나와 있었지만 두툼하게 배를 두르고 있던 살은 조금 빠져나갔다. 뚱보가 과체중으로 한 단계 내려왔다고 할까? 첫 1킬로미터 기록은 5분 30초였다. 체중감량에도 불구하고 지난번과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신정교 아래를 통과하여 도림천을 감아돌 때 바짝 쫓아온 인천연형님이 신발끈이 풀렸다고 알려주었다. 사실 신발끈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길게 묶어서 끈이 나풀거리니 신발끈이 풀어진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채찍처럼 발을 탁탁 때리는 움직임은 진정시켜야 했다. 달리기를 멈추고 끈을 풀어 알맞게 조정했다. 서둘렀으나 30초 정도 걸렸다.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라 3시간 49분대를 목표를 세운 내게 30초 손실은 너무 컸다. 1킬로미터 지점에서 2킬로미터 지점까지 너무 시간을 잡아먹게 되자 마스크를 벗어 허리춤에 걸고 속도를 올리느라 용을 썼다. 인천연형님은 맹렬한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2~3킬로미터 구간에서 4분 50초대 기록이 나왔다. 너무 늦었다는 반발 심리였을 뿐이었다. 그 이후 몹시 느려졌다. 속도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체중은 조금 줄었지만 이번에는 스피드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속도를 내는 법을 까마득하게 잊어먹은 것 같았다. 나보다 한 시간 쯤 먼저 출발한 성하형과 달물춘식님을 마주보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5킬로미터는 27분 30초가 걸렸다. 3시간 50분대 초반은 가능해도 3시간 40분대는 어려운 페이스였다. 화장실도 가야 할테고, 35일만에 달리는 풀코스 후반의 피로감도 극복해야 할테고. 3시간 40분대 재진입은 빈말이 될 공산이 컸다. 그늘을 마련해준 콩크리트 구조물 아래를 달려나가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숨을 턱턱 막아대던 도림천 담배 냄새를 거의 맡지 않았다. 7킬로미터 직전 급수대에서 콜라 반 컵을 받아마시고 도림천을 건넜다. 나보다 일찍 출발한 칠마용석님과 팔순재연님을 뵙고 인사드렸다. 10.55킬로미터 지점에서 반환한 후 달렸던 길을 되밟아 오는데 샛별홍진님이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해왔다. 샛별홍진님은 이틀 연속 풀코스를 달리고 있었다. 전날은 서브4였지만 오늘은 4시간이 넘는 페이스로.
14킬로미터 쯤 달리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더 여유가 없어졌다. 3시간 50분대 초반으로 타협해야겠다는 유혹이 생겼다. 도림천을 따라 조성된 포장도로쪽으로 푸른 빛깔이 밀려 들어와 봄이 온 지 한참 지났음을 알렸다. 햇살이 주로를 서서히 달구면 마라토너를 괴롭히는 여름이 코 앞에 다가왔음도 알렸다.
1회전 기록은 1시간 56분이었다. 2회전을 1시간 53분대로 달려야 3시간 49분대였다. 빨라질 기미가 거의 없어 보였다. 화장실에도 한번 더 가야 하고, 후반의 피로도 이겨내어야 하고. 더구나 전날 고장난 수레를 끌고 장을 보고 오면서 생긴 허리 통증이 도지는 일도 막아야 했다. 근육 테이프가 허리쪽에 길게 붙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오늘 칠마회 소속분들은 꽤 많았다.
휘문19님도 오랜만에 뵈었다. 그동안 꾸준히 뛰셨는데 내가 너무 참가를 등한시해서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지난 해에는 휘문19님이 울트라마라톤대회에 더 집중하면서 못 만난 것이고.... (휘문19님은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을 67회나 달렸고, 내년에 100회를 달성한다고 했다.)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10킬로미터 남았는지 알 수 있다면 페이스를 조절해 보겠지만 그냥 달릴 수밖에 없었다. 코스가 조정된 이후 거리 표식은 늦어지고 있었다. 소변을 참느라 애썼다. 화장실을 찾느라 날릴 시간이 아까웠다. 화장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5킬로미터를 남기고서야 정확한 거리를 알게 되었고 페이스도 파악되었다. 3시간 23분 언저리. 앞으로 킬로미터당 5분 24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3시간 49분대가 가능해졌다. 37.2킬로미터에서 38.2킬로미터까지는 5분 15초가 걸렸다. 여유가 생기자 안이한 동작이 나왔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느슨한 달리기가 되지 않도록 애썼다. 마지막 1킬로미터를 남기고 6분의 여유가 있었다. 이제는 정말 여유를 부려도 되지만 사생결단을 낸 것처럼 이를 악물었다. 발가락 한 개 위쪽에 찰과상이 생길 만큼. 마지막 1킬로미터에서 구간 최고 기록이 나왔다. 4분 40초. 덕분에 3시간 48분대까지 들어갔다.
3:48:41.22
일단 4월 목표는 달성했는데 5월 목표가 문제이다. 3시간 39분대? 옆구리살이 완전히 빠져야 하고, 스피드 훈련도 해야 한다. 2월, 3월, 4월 풀코스를 한번씩만 달렸지만 5월에는 두 번 정도 달릴 계획을 세운다. 한번은 훈련주, 다른 한번은 도전주. 여전히 공원사랑마라톤 코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완주 후 촬영했다.
마스크를 쓰고 계속 달리기는 힘들었다. 달리는 도중 허리춤에 끼웠다.
새벽 6시 14분경. 6킬로미터 이후 급수대 담당하시는 분이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일찍 출발하신 분은 물을 마시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하형은 10.5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전혀 물을 마시지 못했다.
한 달 동안 칩을 사용하지 못했는데 칩 인식 장치를 다시 운용하게 되었다.
휘문19님 사진을 찍어 드렸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100회부터 1,000회 완주까지 이루어낸 주역들 사진이 있다.
나 역시 200회 기념 사진을 찍었지만 여기는 없다.
출발점 및 반환점인 급수대에 배가 있었다.
초록색 완연한 도림천변
일단 3시간 40분대에 들어가긴 했는데 문제는 5월의 3시간 30분대이다.
마라톤 TV에서 받은 기념 타월.
각을 잡아 개어 놓았다.
미국대륙을 횡단한 진장환님.....
아직 뵌 적은 없지만 기념 수건까지 받아서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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