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2일은 서울국제마라톤이 열리기로 되어 있던 날이었다. 이 날 나는 생애 222번째 풀코스를 달림과 동시에 10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를 달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은 취소되었다. 다른 대회도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2011년 12월부터 시작된 월 1회 풀코스 완주 프로젝트. 10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의 종착점은 2020년 3월. 규모가 큰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마당에 나의 선택은 도림천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고작 몇 명이 나와 다들 외톨이처럼 달리는 대회라 더 달릴 의욕이 생기지 않는 대회에 나가야 했다. 동호회 모임도 이 보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었다. 서울국제마라톤의 참가자 규모에 비하면 1500분의 1 정도나 될까? 집단 감염의 위험은 적었지만 정작 나 자신이 새벽에 일어나지 못해 나가지 못했다. 3월부터는 출발 시간이 한 시간 당겨진 7시라 참가하기가 더 힘들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 겨우 자는 사람이 4시에 일어나야 하는 대회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도림천에서 가까운 구로구 콜센터 집단발병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달리고 싶은 의욕은 사라졌다.
3월 1일, 4일, 7일, 8일, 11일, 14일, 15일......
풀코스 참가를 마냥 미루고만 있었다.
15일 정오경 로운리맨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날 내가 참가할 줄 알았다고 하며 언제쯤 10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를 할 셈이냐고 물었다. 코로나19도 두렵고 생활도 엉망이라 잘 모르겠다고 변명했다. 상황이 어려우니 10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마음도 있었다. 로운리맨님은 22일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함께 뛰자고 했다. 이 대회를 동아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며 도전해 보자고 했다. 나는 장담은 못하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일주일 동안 갈등했다. 22일 새벽 뒤척이다가 4시 20분에 일어났다. 로운리맨님에게 오늘 못 간다고 하고 다시 잘까 잠시 망설였다. 노력하겠다고 했지 참가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 괜찮겠지. 그러다가 잠을 반납하고 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분위기로 볼 때 이 대회도 갑자기 중단될 우려도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 달리는 게 낫겠다 싶어 4시 45분경 집을 나섰다. 151번 버스를 타고 을지로입구역까지 와서 2호선 전철로 갈아탔다. '출입문 닫힙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철에 올라탔는데 전철을 놓칠까봐 버스에서 내려 어찌나 빨리 뛰었던지 좌석에 앉자마자 온몸에 통증이 생겼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었다. 노쇠해진 몸이 너무 무리한 것이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몸은 회복되었다. 풀코스 완주가 가능할까 우려되었다. 망가진 몸을 다시 추스린 후에나 마라톤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며 신도림역에 왔다. 하프라면 부담이 덜하고, 31킬로미터 정도만 되어도 견딜만 하겠지만 무려 40일 가까이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고 풀코스에 도전한다는 게 올바른 정신인가 따져 물었다. 대개의 일이 생각이 너무 많아서는 안 되는 거야라며 나 자신을 설득하고 뛰기로 마음먹었다. 신도림역에 도착했을 때는 6시가 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승하차 승객이 줄어 열차 이동이 빨라진 것이었다. 아직 여유가 있어 화장실을 두 차례 찾았다.
마라톤 힐링카페에 들어선 것은 6시 35분 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여사님은 바로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안 그래도 지난 주에 건달님 이야기 했었어요. 그 누구더라? 로운리맨님 아니었나요? 그랬던가 모르겠네. 로운리맨님은 오늘 나올 거예요. 인천연형님은 오랜만이라며 악수를 청했는데 악수를 거절하고 주먹을 말아 쥔 채로 손등을 쳤다. 연형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의 위협이 있다고 하더라도 악수는 했어야 했는데 내 행동이 너무 지나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참가자 가운데 유일하게 마스크를 쓴 채로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손소독제가 어디에 있나 눈길을 이리저리 보내기까지 했다. 또다른 분이 악수를 건널 때는 연형님 표정이 떠올라 악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도 손을 반쯤 잡았다가 급히 놓았다. 손을 꽉 쥐는 악수 스타일을 기억하고 있던 달림이는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얘, 왜 이러는 거야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코로나19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고 있었다.
지난 2월 15일 풀코스를 달릴 때와 복장은 동일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대신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만 달랐다. 7시 정각 몇 명 되지 않는 인원이 출발했다. 로운리맨님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바람 소리를 내며 달려 나가는데 나는 몸 조심을 하고 있었다. 속도를 자제하는데도 숨이 차서 견딜 수가 없었다. 확실히 늙은거야. 코로나에 집안일에... 갖가지 핑계를 끌어와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42.195킬로미터를 달리겠다고 나섰으니 미친 짓이지. 풀코스는 요행이 없다고 했잖아.
1킬로미터는 5분 30초가 걸렸다. 지난 풀코스 때보다 빨랐다. 속도 조절 장치가 망가진 것은 아닐까? 그런데 오늘 온다던 로운리맨님은 어디 간 거지? 무슨 일이 생겼나? 나 혼자 달리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도림천을 건너 1.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아직 건너편에 있는 로운리맨님이 나를 불렀다. 3개월만에 얼굴을 보았다. 로운리맨님은 3분 쯤 늦게 출발한 것이었다. 로운리맨님은 4킬로미터 쯤에서 나를 추월해 갔다. 동마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로운리맨님은 오늘 대회를 동아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기록 도전에 나선다고 했었지. 스피드를 보니 서브 320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신발과 복장 모두 메이저 대회용이었다. 내가 이 대회를 동아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면 목에 버프를 두르고 긴팔 티셔츠를 입고 있지는 않았을텐데. 확실히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로운리맨님을 만나기 직전 성하형을 만났다. 결혼식 때문에 1시간 일찍 출발했다고 했다. 풀코스 1천회 완주에 나선 근규형님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근규형님에게는 풀코스 1천회를 축하한다는 말씀을 두번 째 만났을 때에야 해 드렸다. 형님은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 1천회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념 수건도 그렇게 만들었는데 코로나19는 여러 사람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고 있으니 일단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1. 걷지 않고 완주하는 것 (운동을 못했으니 후반에 걸을 가능성이 높지만)
2. 초반보다 후반에 빨리 달리는 것 (운동을 못했으니 후반에 훨씬 더 지치겠지만)
3. 4시간 이내로 달리는 것 (운동을 못했으니 말도 안되는 목표일 수 있겠지만)
1회전을 마치기 전에는 아무도 그 끝을 모른다는 생각으로 도림천변을 훑어 보는데 지난 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무채색 일색이었던 공간이 녹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 속에서도 봄은 와 있었던 것이다. 오전 9시가 넘어가면서 햇볕이라도 받으면 꽤 더웠다. 팔소매를 걷고 달려야 할 정도였다. 새벽에는 추워서 장갑이 필요했고, 긴팔 입기를 참 잘 했구나 싶었는데. 민소매를 입고 달리는 로운리맨님의 복장이 처음에는 헐벗어 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알맞은 차림새라고 할 만큼 기온은 올라가고 있었다. 늦봄의 기온이라고 할만 했다.
나 혼자 조깅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아슬아슬하게 4시간을 넘지 않는 페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외롭기는 해도 요즘 분위기로 봐서 아무도 내 옆에 없는 것이 나았다. 출발할 때 쓰고 있던 마스크는 벗어서 허리 춤에 끼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라면 옆에 사람이 없어야 했다. 내내 3시간 59분대의 페이스만 계산하고 있으니 나는 나름대로 4시간 페이스메이커였다. 누구라도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4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100개월 연속 풀코스를 달성하려고 나온 대회에서 달리는 동안 매달 풀코스를 달리는 출발점이 되었던 시점을 떠올렸다. 2011년 12월 4일 통영마라톤을 달리고 돌아와 2012년에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마라톤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고 각오했다. 1년에 풀코스를 세 차례 달리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하던 내가 매달 풀코스를 달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달 풀코스라면 적어도 1년에 12번은 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3번만 달려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4배나 되는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까? 어쨌든 2012년 1월 여수를 시작으로 매달 풀코스를 달려내었다. 2012년의 풀코스 완주 횟수는 15회였다. 풀코스를 준비한다고 하프도 30회를 달렸다. 이듬해에도 매달 풀코스 달리기를 이어나가 2013년에는 22회까지 늘어났다. 그렇게 월례 행사가 이어져 어느덧 100개월 연속 풀코스를 달리게 된 것이었다. 99개월과 100개월은 코로나 19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릴 뻔 했지만 공원사랑마라톤 덕분에.
2020년 2월 단 한번의 마라톤 풀코스, 99개월 연속 풀코스를 달리고 난 후 나는 달림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아직 동아마라톤이 취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도무지 마라톤 준비를 하지 않았다. 마치 큰 대회는 모조리 취소될 것을 예견한 것처럼 살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면서 잠도 늦게 잤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이었더라. 도대체 언제 잠들었지? 이런 일은 결코 없었다. 악착같이 애를 써야 잠이 들었다. 여러차례 깨었고, 꿈은 꿀 때마다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이었다. 올해 들어 단 한번도 개운한 느낌으로 일어나 본 일이 없었고, 번번이 운동을 미루고, 운동을 나가더라도 굼뜨게 움직였다. 10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에 나선 당일에도 입술에 염증이 생겼고, 잠을 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고단한 상태였다. 이러고도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난 100개월 연속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208번의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법 터득, 그런 것인가? 피곤한 만큼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어졌다. 잘 조절했지만 두 번은 가야 했다. 11킬로미터와 23킬로미터에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마주볼 수밖에 없는 성하형은 로운리맨님이 날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서브 320 페이스로 달려나가고, 나를 만날 때에도 서브 320을 외치니 잘 본 것이었다.
칠마용석님은 서브 4에서 여유있는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그동안 부상으로 4시간을 조금씩 넘기는 레이스를 펼쳐왔는데 오늘은 달라 보였다. 본의 아니게 내가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의 1회전(하프)은 1시간 59분이었다. 간섭포(간신히 서브 4) 페이스는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서브 4에는 성공하겠는데 또 하나의 목표인 후반에 더 빨리 달리기가 가능할 것인가.
2킬로미터 단위로 시간을 계산한다면 11분 전후로 달리고 있었다. 킬로미터당 5분 30초 내외의 페이스. 6킬로미터 표식을 지나 11분 정도를 달려 보니 구로 2교 직전 운동기구 데크 두 군데를 만났다. 그렇다면 이 지점이 8킬로미터 지점이며 29킬로미터 지점이기도 했다. 이 부근에서 로운리맨님을 마주 보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두 팔을 교차하여 X자 표시를 했다. 서브 320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었다. 로운리맨님은 3시간 21분 45초에 달렸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세운 동마 최고 기록이 3시간 21분 52초였으니 그 때보다는 빠른 것. 동아마라톤이 그대로 열렸다면 기록 경신이 가능했는데.......) 로운리맨님을 보내고 난 후 대략 10킬로미터 지점(31킬로미터 지점)을 찾았다. 신도림교 부근이었다. 앞으로 공원사랑마라톤에 나오면 어느 정도 거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급수대에서 시간을 많이 쓰는 칠마용석님을 31.6킬로미터 반환점에서 제치게 되었고, 초반에 나를 앞섰던 몇 명의 주자들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현저하게 빠르진 못해도 틀림없이 1회전 때 보다 2회전 때가 빨라져 있었다. 이쯤 되면 뒤에서 바짝 쫓아오는 주자가 없어야 하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꾸준히 들려오는 발소리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5분 30초에서 35초 사이로 뛰던 페이스를 5분 25초에서 5분 15초까지 끌어올리는데도 발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첫 5킬로미터보다 마지막 5킬로미터가 1분 쯤 빠른데도 발소리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내가 속도를 올리면 그 속도를 올리는 만큼 속도를 올려 나를 따라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무슨 일이람? 뒷 주자가 나보다 빨라서 나를 제친다고 해서 상관할 바 있는가? 결국 나는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것인데. 2킬로미터 지점을 만나기 전 뒷 주자는 자전거도로로, 나는 산책로로 들어섰다. 나중에 만나고 보니 내가 몇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 도림교와 신정교 사이 도림천을 건너기 직전 코스에서는 자전거도로로 달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뒷 주자는 다름아닌 칠마용석님이었다. 1.5킬로미터를 남기고는 뒷 주자가 앞 주자가 되었다. 나는 50미터 뒤에서 따라가게 되었는데 마지막 1킬로미터는 이판사판 전력질주 구간이니 내가 다시 앞주자가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실제로 200여 미터 남기고 추월했다.
3:55:53.27
칠마용석님보다는 5초가 빨랐다. 엉망이 된 몸이었지만 세 가지 목표는 달성했다. 걷지 않고 완주했고, 초반보다는 후반이 빨랐고, 4시간 이내로 달렸다. 뚱뚱해진 몸 때문에 후반에 걸을 수도 있었지만 잘 이겨내었다. 초반 하프는 1시간 59분이었지만 후반 하프는 1시간 56분이었다. 간섭포에서 살짝 여유 있는 3시간 55분대의 기록이었다.
마지막 몇 킬로미터를 남기고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렸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몹시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빠른 것은 아니었다. 육중한 몸을 옮기는 데 지난번보다 훨씬 힘이 드니 더 빠르다고 착각한 것이다. 5분 이내로 달릴 때 만큼 힘들었는데도 5분 이내의 페이스는 나오지 않았다. 햄스트링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동안 운동을 거의 못해 다리를 자극할 일도, 대회에 나와 눈에 띄게 속도를 올릴 일도 없었던 때문인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을 때 경악했다. 옆구리살이 밀려나와 있었다. 거울을 보면 살로 버무린 복대를 두른 것 같았다. 42.195킬로미터를 달리고 왔는데도 살이 빠진 기미는 전혀 없었다.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성하형은 엄살을 부려도 서브 4는 거뜬히 하네라고 했지만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풀코스 100개월 연속 완주는 이루었으니 다른 목표가 생기기는 했다. 222회 풀코스에서 서브 4는 181회이니 서브4 200회 목표를 잡게 되었는데 그보다 급하게 이루어야 할 목표는 살 빼기가 되었다. 꼭 대회에 나가진 않더라도,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출전할 대회도 없지만 운동은 해야 한다는 것. 안 그래도 늙는 몸, 살까지 쪄서는 더 살기가 힘드니..... 늙을수록 몸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 좋은 기록은 필요없지만 슬림한 몸은 필요하다는 것. 부상보다 무서운 것이 과체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뚱보가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것은 지옥의 고통을 서둘러 맛보는 것과 같으니까. 대회 참가 다음날 북한산 둘레길을 달리고, 그 다음날에도 달리면서 살빼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내어 달리고 또 달리기를 거듭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보를 반복하는데 다음에 들일 소를 위해서는 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코로나 19 때문에 올림픽까지 연기되는 마당에 앞으로 마라톤 대회가 제대로 열릴지 모르겠지만 혹시 달리게 된다면 4월에는 3시간 40분대, 5월에는 3시간 30분대를 목표로 한다.
무채색이던 도림천변이에 봄의 색깔이 완연했다.
개나리가 피었다.
대회 골인지점..... 로운리맨님이 보인다.
나와 식사를 하기 위하여 오래 기다리신 것이다.
이번에는 딸기먹기 마라톤대회네.....
초록색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4월이 되면 그 빛깔이 더 선명해지리라.
로운리맨님과 순대국밥을 먹었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식사한 것도 8개월 전이었으니....
일단 올해 들어 처음 만난 것이기도 했다.
식당에서는 늘 앉는 자리를 피해 구석을 선택했다. 손님들과 최대한 떨어진 곳으로 움직였다.
배번에 땀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다.
기록증. 다행히 서브 4는 했지만 꾸준히 훈련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10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는 좀 큰 대회에서 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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