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잠시 자연인이 되다(2019/08/28)

HoonzK 2019. 8. 28. 20:55

오늘 운동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따라 보광사, 우이동솔밭까지 갔다 오는 것으로......

그런데 자꾸만 미루고 있었다.

에밀 졸라의 소설을 조금 더 읽다가 나가자고 마음먹었다.

고향 내려가는 바깥술님의 카톡 문자를 확인하던 중 다른 분의 문자 하나가 더 들어왔다.

사진과 함께.



운동하면서 지나가던 그 텃밭인데.....



일 나오셨구나.






텃밭에도 곧..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밭 갈기도 전에 퇴비 옮기다 지쳐 넋놓고 쉬고 있어요. ㅋㅋ



운동하면서 지나다 보면 40분 정도 지나야 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내가 지나간다고 하니

SOS를 보내셨다.


요즘 몸이 좋지 않아 여느 때보다 빨리 뛸 수는 없는데다 이따금 사진을 찍으면서 나아가니 출발한 지 42분이 지나서야 SOS를 보내신 분이 일하는 곳에 도착했다.

텃밭의 잡초를 뽑고 삽으로 흙을 갈아엎은 뒤 퇴비를 뿌리고 써레질하면 되는 것인데 한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고된 작업이었다.

열심히 삽질했다. 잠시 자연인이 된 기분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데 그 땀이 싫지 않았다.



둘레길 따라 달리다 내려다 본 텃밭.... 어디 계시는지 통 보이지 않았다.


혹시 벌써 가셨나?



입구쪽으로 와서



보내신 사진과 같은 지점에 도착했다.



이쪽에도 허수아비가 있는데..... 어떻게 여기는 벼가 있담?

열심히 일하고 계신 분이 뒤쪽으로 보였다. 본격적으로 도우미가 되었다.



보내신 사진과 일치하는 손수레



퇴비를 실어 옮겼다. 미국 시(詩)에 자주 등장하는 wheelbarrow이다. 외바퀴 손수레.

이 녀석은 균형을 잘 잡아주어야 한다. 좌우 균형이 무너졌다간 넘어뜨려 내용물을 쏟아버리기 일쑤다.


골 앞까지만 이동시킨 뒤 퇴비를 들어 옮겼다.


잡초를 더 제거해야 하는데 내 몫이 되었다.





모조리 뽑아주겠어. 발본색원(拔本塞源)


이 삽으로.....


죄다 뽑아 버렸다.



삽으로 흙을 갈아 엎는다.


와! 감자가 나온다!


제법 큰 녀석도 있다!

마당쓸고 돈줍고, 삽질하고 감자캐고... 그런 것인데.....


이렇게 정리해 놓고 나니 기분이 좋다.

달려오느라 흘린 땀보다 일하면서 흘린 땀이 더 좋게 느껴진다.



일하는 내 모습을 찍어주셨다.


딱 농부인데!




삽질하는 모습도 찍혔네....



퇴비를 뿌리고 써레질을 하고 있다.


같이 일하시느라 바빴는데 언제 찍으셨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정리된 텃밭에 상추 등의 모종을 심었다.


(모종 심는 과정은 아래에 또 있습니다.)







퇴비를 뿌리고


퇴비를 흙과 섞어준다.


정리가 잘 되었다.



닭똥 50%, 돼지똥 10%, 소똥 10%, 톱밥 30%으로 만들어진 퇴비이다.

그래도 냄새는 나지 않는다.



텃밭을 정리하면서 얻은 감자, 가지, 옥수수!


해바라기도 가끔 보면서.....


옆 동네 텃밭에 있는 것은 고구마라고 했다. 이게 고구마인지 미처 몰랐다.


무, 치커리, 상추 모종



이렇게 심고 있다.


적상추일 것이다.


이건 치커리


5년째 텃밭을 일군다는 분이 가르쳐준 대로 도왔다.



열심히 일한 사람 그림자인데!


조금 작은 봉투에 옮겨 담았다. 요리할 재료가 생겨 매우 좋았다.



떠나기 전 한 컷 더 찍었다.



정리한 곳이 어디인지 이렇게는 확인이 잘 되지 않지만.......




집에 와서 옮겨 담은 감자...... 푸른 빛이 도는 감자는 미리 버리고 왔다.



검은 옥수수도 있다.



가지.... 요리하고 싶은 의욕을 일으킨다.



















※ 여기서부터는 텃밭에 이르기까지 달리면서 만난 풍경



아카데미하우스 담벼락을 따라 오르면..... 늦여름의 정취가 느껴진다.


멧돼지가 다녀갔구나.




무덤 옆을 자주 지나가게 된다.


이번에 처음 발견한 초대길이라는 이정표


초대길이라는 것은 또 뭘까?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