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쯤 알게 된 분이 있었다.
그 분이 마라톤하는 줄은 몰랐다.
2009년 춘천마라톤에서 만났다. 독립군인 나는 골인한 후 으슥한 곳에 앉아 쉬고 있었다. 내 뒤에 골인한 그 분이 자기가 속한 동호회에서 먹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마라톤에 골인한 후 늘 쓸쓸하게 앉아 있다가 돌아가던 나로서는 처음 받은 환대였다. 감동받았다.
자신의 소속이 용왕산마라톤클럽이라고 했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주로를 누비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클럽이었다.
그 이후 주로에서 용왕산마라톤클럽 주자들을 만나면 무조건 '용왕산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지나갔다.
2011년 12월 목표 의식을 상실하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듬 해부터는 매달 풀코스에 도전해야겠어. 1년에 많아 봤자 세 차례의 풀코스를 달리는 게 전부였던 나로서는 엄청나고 무리한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1월 여수, 2월 해남을 시작으로 말도 안되는 도전을 시작했다. 후반기에 가서 체력 고갈로 얼마나 시달리지 알 수 없었고, 한여름에는 녹초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래도 도전했다. 결국 매달 풀코스를 달렸고, 어떤 달은 두 번 이상 달린 경우도 있어서 2012년에는 15회 풀코스를 달렸다. 내 경우는 후반에 스피드를 올리기 때문에 35킬로미터 이후 늘 만나게 되는 용왕산 주자가 있었다. 무조건 파이팅. 그러다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2012년에 20회의 풀코스를 완주했기 때문에 풀코스를 뛰면 거의 만나게 되었고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그 분이 希洙 형님이었다.
알게 된 지 어느덧 4년이 넘었다. 나보다 풀코스 횟수가 훨씬 앞서 있었는데 이런 저런 문제로 지난 해 손기정 풀코스 이후 96회에 묶여 계셨다. 올해 인천 송도, 춘마, 중마로 99회 달성. 이제 100회까지 단 한번의 풀코스가 남았는데 몸이 아프신 상태라 풀코스 도전을 멈추고 계신다.
서울시 공무원이신데 올초부터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파견 근무를 나와 계시기 때문에 대회장 보다 박물관에서 더 자주 뵈었다.
2016년 12월 14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들렀다.
-오늘 바쁘신가요? 지금 제가 3층 기획전시실에 와서 관람중이예요.
형님은 3층으로 오셨다. 선물을 갖고. LED 접이식 스탠드.
<대륙에서 해양으로> 스티커가 붙어 있다. 바로 내가 보러 온 전시회......
휴대가 간편하고 USB 코드도 있어서 컴퓨터에 연결하여 빛을 밝힐 수도 있다.
보자마자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AAA 건전지 4개가 들어가는데 LED 전구라 매우 밝다. 스마트폰 플래시가 따라가지 못한다.
(AAA 건전지 4개..... 바로 체중계가 떠올랐다.)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다니.....
머핀은 간식으로..... 형님은 모과차, 나는 추억의 다방 커피.
저녁 식사를 사드리고 싶었는데 회식이 있다고 했다.
형님의 풀코스 100회는 내년 동아마라톤이다. 내가 SUB-4 100회 도전하는 그 대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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