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에 도착한 것은 폭우가 쏟아지는 월요일 저녁이었다.
오랜만에 운전하는데 어두운데다 비까지 내리니 아주 고역이었다.
연식이 제법된 토스카를 빌렸다.
렌트카 직원은 상당히 오래 타는 편이니 보험에 꼭 들어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하지만 거절했다.
88,000원을 더 낸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차창 앞에 서린 김을 걷어내는 방법도 모른 체 운전해서 제주국제공항을 빠져 나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차를 몰고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초장에 사고부터 내는 것은 아닌지......
급히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차창 앞에 서린 김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다.
문제 해결.
서귀포까지 내달렸다.
오랜만에 운전하는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었다.
도착했을 때부터 이렇게 힘든 상황은 처음이네.....
오랜만에 운전하면 처음 운전 면허 따고 도로에 나간 것같은 느낌이 든다.
2월 25일 새벽 반납하고 귀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정은 늘어났다. 비행기표를 새로 예약하다 보니 세 배쯤 비싼 표를 사야 했고, 렌트카 연장도 되지 않았다.
같은 차를 이틀만 더 타겠다고 했더니 다른 손님에게 예약되어 있어 안 된다고 했다.
2월 말 이렇게 차가 부족했던 일은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렌트카 업체와 계약하고 탄 게 아니라서 처음 계약했던 여행사와 연락을 취하라고 했다.
절차 복잡하네.
결국 다른 렌트카 업체에서 YF소나타로 바꾸어야 했다. 더 비싼 차를 타야 한다는 의미였다.
새벽에 일어나 공항에 가서 토스카 반납하고, 다른 렌트카업체 데스크로 가서 계약서를 다시 써야 했다.
YF소나타를 빌리기로 했던 제주공항렌트카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어디 있느냐고? 공항 렌트카 하우스 그쪽 회사 데스크 앞에 있는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직원. 도대체 왜 그러는걸까? 계약서를 들고 있던 데스크 직원이 본사 직원이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있지요 했다. 뒤를 보세요. 김포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모조리 결항이라는 안내가 모니터에 떠 있었다. 내가 서울에서 비행기타고 오는 줄 안 모양이었다. 일주일 동안 다른 차 타다가 갈아 타는 것이지요. 호호호.
이번에는 2박 3일이니 보험에 들었다. 마지막 사흘간 엄청나게 운전할 심산이었으니..... 완전면책을 선택하였다. 렌트비와 보험료가 별로 차이나지 않았다. 이 돈이면 토스카 두 대를 빌릴 수 있었겠다.
주차장으로 갔다. 완전면책이라 자기도 편하다는 직원, 주유 체크만 하더니 가셔도 됩니다라고 했다. 돈을 많이 내면 시간이 절약되는군. 흠집을 체크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세상도 있었군.
2박 3일간 525킬로미터를 운전하였다. 대정에서 성산까지 내달리고, 516도로와 1100도로를 종횡무진 누볐다. 확실히 토스카보다는 YF소나타가 차가 좋기는 했다. 속도감이나 안정감 다 Good! 완전면책이라는 이유로 더 여유있게 차를 몰았다. 일주일 동안 운전연습 꽤나 했으니 두번째 차가 운전하기 쉬운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두 대의 차로 1천 킬로미터 운전한 셈이다. 제주도 도로에서의 운전은 서울 도로보다 좀더 수월하긴 하다.
10여년 전 서울에서도 정말 뻔질나게 운전하고 다니긴 했다. 옵티마, 산타모, 마티즈, 스타렉스, 카니발, 아반테 등등...... 그런데 차는 없다.
차를 살 생각도 없고 여력도 없고...... 제주도 MBC평화마라톤 대회에서 경품으로 스파크 자동차를 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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